삼성 경영 공백에 이부진 주목, 호텔신라 지난해 실적은 ‘갸우뚱’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일호 기자] 2017년 삼성 일가의 시작이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침상에 드러누운 2014년 5월 이후 삼성 전체를 실질적으로 이끌던 존재였다. 삼성의 후계자로 인정받던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룹의 경영공백도 길어질 전망이다.

삼성 경영의 두 축이 빠지면서 매스컴은 서서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이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경영에 참여한 2008년 이후 8년 만에 회사 매출을 6배로 늘리며 경영능력을 인정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리틀 이건희’라 부르며 이 부회장보다 더 높이 평가할 정도다.

삼성이 위기에 빠진 지금, 야심가로 알려진 이 사장의 입장에선 가족의 위기가 본인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장 호텔신라의 떨어진 수익성을 회복해 세간의 평가를 유리하게 이끄는 게 이 사장에게 중요한 이유다.

◆수익성 의심받는 호텔신라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은 3조7153억원, 영업이익 789억6473만원, 당기순이익 278억3047만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 비해 각각 14.3%, 2.4%, 50.6% 오른 수치다.

하지만 2015년은 ‘메르츠 사태’로 인해 호텔·면세점 사업이 불황을 겪던 시기였다.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 바이러스로 186명이 감염돼 36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전년 대비 입국 외국인 수가 97만명이나 줄면서 관광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184억8206만원으로 734억8288만원을 기록한 전년에 비해 550억원(74.9%)이나 감소했다.

물론 지난해의 저조한 매출에도 핑계거리는 있다. 고고도지역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 논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난해 국내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60만명 늘어난 1700만명이었다. 2014년 해외 관광객 수(1400만명)보다도 300만명이나 높았고, 중국인 관광객도 직전 해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순이익은 734억원을 기록한 2014년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야 했다.

업계에선 호텔신라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면세점업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을 근거로 수익성 약화를 의심하고 있다. 올해에만 서울시내에 4개의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총 13개의 면세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2년 전 6개 업체만 있던 상황과는 구도 자체가 다르다. 때문에 면세점업도 과거와 같은 점유율 싸움이 아닌 생존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면세점업 매출은 전년에 비해 380억이나 떨어진 90억까지 내려갔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매출의 감소로부터 기인했다. 면세점업의 경쟁이 심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호텔신라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

매출 90% 면세점 경쟁 심화
이 사장 스스로 증명 나서야

호텔업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서울시로부터 네 차례나 보류판정을 받았던 장충동 한옥호텔의 건립 허가가 지난해 떨어졌고, 올해는 서울시 서초동과 부산 해운대에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의 운영이 시작된다. 지난해 2분기에는 신라스테이의 흑자전환에 성공해 작게나마 수익성 확보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5년 14만원대를 넘나들던 주가가 지난해 반토막난데 이어 올해는 5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드문제와 중국의 보복 등 대내외적 불안정성과 국내 면세점 경쟁구도로 인해 호텔신라의 투자매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시선이 강하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 또한 그룹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家 구원투수? ‘스스로 증명해야’

2001년 처음 호텔신라의 부장으로 입사한 이부진 사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호텔신라의 매출은 2008년 87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8년 만에 3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사장은 삼성이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무하던 2015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의 합작을 통해 면세점 사업권 입찰의 유력후보였던 롯데와의 경쟁에서 이기면서 승부사 기질을 인정받았다.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은 이처럼 이 사장의 역량이 부친인 이 회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이 사장은 2015년 포츈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기업인 25인’에 뽑혔고, 2016년에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아시아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돼기도 했다.

삼성 그룹이 경영 공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두고 이 사장은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매스컴은 이미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춘 상태다. 호텔신라가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2017년은 그녀가 호텔신라뿐만 아니라 삼성 그룹 전체를 이끌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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