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 무력 고도화 의지를 굽히지 않는 북한이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계기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대북(對北) 압박에 가세하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기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크지만, 동시에 핵실험이 아니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의 도발을 통해 대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거라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도발 시점은 인민군 창건일 당일이 아니더라도 한미연합훈련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이나, 한미연합훈련을 빌미 삼을 수 있는 다음 달 초께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일단 정부 당국은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을 앞두고 도발을 예상할 만한 특이 동향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인민군 창건일 동향과 관련해 아직(24일)까지 특이한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생일(태양절)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3가지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공개했다. 알려진 KN-08과 KN-14에다가 14개의 바퀴(7축)가 달린 이동형 차량에 원통형 발사관을 얹은 신형 ICBM 추정 탄도미사일까지 등장했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이 아닌 태양절에 열병식을 진행해버림으로써, 또 다른 체제 선전 수단인 인민군 창건일을 계기로 한 도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북한이 각종 기념일의 정주년(0 또는 5로 꺾어지는 해)에 대규모 경축행사를 했다는 점도 도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또한 이달 말 한미연합훈련 종료를 앞두고 있어, 북한이 자신들의 핵 무력이 미국의 위협에 따른 자위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께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기에다가 북한은 올해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까지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왔으나, 미국 신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강경하게 가져가겠다고 공언하자 ‘트럼프 행정부’를 언급하며 ‘말 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으로 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명백한 '레드라인'인 핵실험을 할 경우 원유공급 중단과 외과수술식 선제타격 등 북한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가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방국인 중국의 체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또한 지난 한 해에만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하면서 '수소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을 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아직 북한의 핵탄두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단서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협상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력’을 과시할 수 있는 형태의 무력 도발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진용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7~8월까지 ‘몸집’을 최대한 불려 ‘핵’이 아닌 ‘탄도미사일’만 가지고 협상에 나서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2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지상형인 ‘북극성-2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했으나, 이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시험발사에 번번이 실패한 상태다.

이에 추가 도발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체의 다양화를 과시하기 위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기술이 결국엔 ICBM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어, 시험발사 성공만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위협을 주기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무력 고도화 계획에 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당분간 이어가겠지만, 대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도발 수위와 시점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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