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은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므로 이왕이면 좋은 보험을 가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보험을 가입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보험사가 많은데다가 각 보험사마다 판매하는 보험 역시 매우 다양하고 어려워 어떤 보험을 어떻게 골라서 가입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좋은 보험이 있다면 분명히 나쁜 보험도 있다는 것인데, 세상에 나쁜 보험은 하나도 없다. 만약 나쁜 보험이 있다면 아무도 가입할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 좋은 보험만 있느냐?”고 묻는다면, 감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다. 소비자를 위한 보험이 아니라 보험사(보험설계사) 돈벌이를 위한 보험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생활비) 받는다는 종신보험, 치매보험, CI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좋은 보험이란 어떤 보험일까? 남들이 많이 가입하거나 많이 팔리는 보험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에게 꼭 필요하고 내 몸에 맞는 보험”을 말한다.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이거나 필요한 보험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결코 좋은 보험이 아니다. 무릇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기본적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보험을 골라서 가입해야 한다.

첫째,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인가?

보험은 내가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이므로, 설계사를 위해 또는 인정상 체면치레로 들어 주는 것이 아니며, TV홈쇼핑이나 TM(전화 판매) 광고에 현혹되어 즉흥적으로 가입하는 보험도 아니다. 자칫 아까운 보험료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큰 도움을 받으려면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 보장이고, 만일의 사고(질병, 재해) 발생 시 경제적 손실에 대비하는 것이므로 보장성보험이 꼭 필요하다. 보장성보험을 충분히 가입한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성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고 순서다.

둘째, 가입 목적에 맞는 보험인가?

보험은 위험 보장을 위해 목적에 맞는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므로 단기 저축 목적으로 부적절하다. 단기 목돈 마련이 목적이라면 보험을 가입해서는 안 된다. 보험은 종류가 많고 다양하므로 설계사가 권유한 보험을 섣불리 가입하면 안 된다. 자칫 가입 목적과 다른 엉뚱한 보험에 가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연령대별로 사고의 종류와 발생빈도가 각각 상이하므로 이에 따라 가입해야 할 보험도 당연히 달라지게 된다.

셋째, 올바로 알고 가입하는 보험인가?

보험은 은행 저축과 달리 중도 해지하면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서 보장보험료와 사업비가 차감되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 섣불리 가입하면 뒤늦게 낭패를 보게 된다.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면 보장이 크고 사업비가 적은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장 내용과 보장 제외 사항을 명확히 알고, 동종 유사 상품의 보장내용과 보험료를 꼼꼼하게 비교해서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

넷째,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보험인가?

적정한 보험료로 가입해서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달치 보험료는 적어 보이지만 보험사에 납입할 보험료 총액은 고급 수입자동차 가격과 맞먹는 고가(高價)이고, 한번 가입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종신까지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과도한 보험료로 가입하면 보험료 부담으로 중도 실효나 해지로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보험을 가입해서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이 중도 해지다. 종신보험은 가입자의 74%가 10년 이내 해지하고, 변액보험은 5년 지나면 43.0%, 10년 지나면 18.6%만 잔존한다. 가입 후 10년 안에 10명중 무려 8명이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중도 해지하거나 실효시킬 보험이라면 처음부터 보험을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보험금을 제대로 받는 보험인가?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은 보험금을 받기 위한 것이므로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험 가입은 쉬워도 보험금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치매보험, CI보험 등과 같이 당초부터 보험금을 받기 어려운 보험도 현재 다수 판매되고 있으므로 미리 살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좋은 보험은 ‘필목알유금’이다.

즉,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인지, 가입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보장내용을 올바로 ‘알’고 가입하는 보험인지,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보험료인지,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보험인지 묻고 따져서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보험을 선택했다면 나에게 가장 좋은 보험일 테니 안심하고 가입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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