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세월호가 침몰 1072일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일부가 드러난 세월호의 모습은 여기저기 녹슬고 긁힌 채, 지난 3년간 깊은 해저에 갇혀 얻은 상처를 그대로 드러냈다. 진도 팽목항 맹골 수도의 거센 물결 탓이었겠지만, 그것은 세월호로 희생 당한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었다. 거대한 흉물이 된 세월호는 어쩌면 적페와 국정농단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의 또 다른 상징인지도 모른다.

온갖 부정과 비위, 비상식의 복마전 같은 박근혜 정권의 지난 3년간의 비겁한 은둔이었다. 그 인두겁의 정권이 국민에 의해 탄핵소추되고 파면되고, 사법 심판대에 서고서야 비로서 세월호 역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것은 위대한 시민의 승리, 국민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의 진실규명, 돌아오지 못한 9구의 미수습 아이들, 세월호가 품고 있는 이 시대의 적폐와 불편한 모든 진실들을 이제 하나하나 낱낱이 풀어야 한다.

세월호의 뒤늦은 수습에 국내 문인들도 하나같이 분노하고 성토했다. 고은 시인은 “막강한 권력이 이 어린 꽃들의 죽음의 비밀을 다 감추었으니 이 배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아동문학가인 엄혜숙씨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호소했다. 소설가 김이정은 “그들이 올라오는 새벽...자꾸 울음이 치민다”며 정부의 비정상적인 작태에 분노감을 표출했다.

외신들 또한 세월호의 뒤늦은 인양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CNN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과도정부에 의해 드디어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때늦은 인양은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의 분노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CNN은 세월호 침몰 희생자 304명 중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사건 발생 3년이 지나서야 인양 작업을 시작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AP통신은 세월호 침몰 후 정부가 보인 대응에 국민의 분노가 더 커져 박 전 대통령 파면에 힘을 실었다고 논평했다.

AFP통신은 “2014년 침몰해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세월호 선체 일부가 3년만에 수면 밖으로 나왔다”며 “선체 인양 작업이 완전히 끝나고 항구로 이송되기까지 8일 정도가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밖에 일본 언론들도 세월호 인양 소식을 앞 다퉈 보도하며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 정부의 부실대응을 질타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월호의 뒤늦은 수습에 동의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무엇이 박근혜정권으로 하여금 세월호 인양을 주저하게 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사고수습을 망설이게 한 두려움이었을까. 이제 흑막의 베일을 걷고 진실의 실체가 하나하나 밝혀져야 할 때다.

그 진실 규명의 시간이 우리들 앞에, 역사 앞에 오롯이 남아 있다. 그것은 짧은 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당연히 새 정권의 과제가 될 것이다. 마땅히 새롭게 선출 될 대통령은 이같은 역사적 소명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진실 규명의 첨병에 서야 할 것이다.

세월호는 우여곡절 끝 3년여의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떠오른 세월호와 함께 세월호 침몰의 가려진 진실들도 함께 떠올려야 할 때다. 이 땅의 부정과 불의한 어른들로 인해 숨져간 꽃다운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숙명이자 과제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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