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공짜 정수기의 기막힌 ‘페이프리’

불황기를 맞아 기업들 사이에 이른바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공짜마케팅’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웅진그룹이 새로운 판매 기업으로 들고 나온 무료 정수기 렌탈 서비스 ‘페이 프리(Pay Free)’는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가입자 1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웅진코웨이의 공짜 렌탈 서비스에는 소비자의 적잖은 ‘소비’가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정수기를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인지 마케팅의 실체에 접근해 봤다.

웅진코웨이(사장 홍준기)는 최근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프리코노믹스’를 정수기 렌탈 사업에 접목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16일 웅진코웨이(대표이사 홍준기)와 제휴해 진코웨이 렌탈요금 자동이체시 캐쉬백 서비스 제공을 통한 렌탈비용 할인 및 최고 7% 포인트 적립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웅진 페이프리(payFree) 카드’를 출시했다. 
     
정수기를 공짜로 빌려주는 신개념 마케팅 기법으로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 도입해 웅진의 고속성장을 도왔던 ‘렌탈’서비스에서 한 단계 진전된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제출한 ‘수익지대의 극적인 이동’을 통한 ‘공짜경제’ 이론을 도입했다고 웅진 측은 설명한다.

홍 사장은 서비스 개시에 앞선 설명회에서 “그동안 돈을 받고 빌려주던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의 가전제품을 고객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수익지대 극적 이동’ 통한 ‘공짜경제’ 이론?

웅진코웨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11월 초까지 하루 1000명 가량의 가입자가 몰려 1만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페이프리는 어느 한쪽이 손해보는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이나 기업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 시스템”이라며 “기존의 렌탈 고객이 290만명에 이르는데 앞으로 ‘공짜렌탈’의 파급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웅진은 내년까지 100만명을 목표로 가전은 물론 교육, 금융, 통신, 보험 등의 영역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짜’라는 광고에 이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웅진의 ‘공짜마케팅’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의문이 증폭된다. 누구나 ‘페이프리’ 정수기를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웅진코웨이가 제공하는 ‘공짜 혜택’을 누리려면 외환카드나 SK캐쉬백 카드를 일단 발급받아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에 한해 공짜 정수기를 제공하는 셈이다.      

여기에 웅진코웨이 제품을 무료로 렌탈하는데는 ‘특약’이 있다. ‘페이프리 카드’를 한달에 고정 금액 만큼 사용해야 한다. 포인트가 적립되는 만큼 렌탈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구조다. 페이프리 카드는 △렌탈료를 자동이체할 때 7%,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7%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3% △다른 용도로 카드 결제할 때 0.2% 등으로 각각의 카드지출 실적에 따라 적립을 해준다.

렌탈료보다 카드를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고 외환카드나 SK마케팅앤컴퍼니의 페이프리 카드 포인트 적립은 매월 3만원을 넘어설 수는 없다.적립금 상한액은 대형마트 1만원, SK주유소 1만원, 렌탈비 5000원 등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가맹점 여부와 적립금 비율 등을 잘 살펴서 카드를 결제해야 렌탈료를 내지 않거나 할인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따져보면 매월 50만원 가량을 할인마트나 SK주유소에서 소비해야 렌탈료 공짜 혜택을 볼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매월 카드소비 금액이 수백만원에 이른다 해도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 결제한 금액은 페이프리 적립금에서 제외되므로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월 적립금 못채우면 보증금도 부담

계산해보면 이렇다. 월 렌탈료가 3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는 △렌탈료 자동이체 3만원 △대형마트 15만원 △SK주유소 이용 30만원 등 50만원 가량을 페이프리 카드로 결제해야 비로소 ‘무료렌탈’의 이득을 볼 수 있다.

렌탈료 이외에 보증금 성격의 등록비를 내야 하는 것도 소비자로서는 부담이다. 등록비도 ‘세이브’로 돌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번에 수십만원을 내야 한다. 등록비를 세이브로 결정할 경우 무료 렌탈 적립금은 보류되거나 금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등록비가 50만원이라면 가입 때 이를 완납하든지 페이프리 서비스를 활용해 36개월 가량 분납하든지 해야 한다. 

페이프리의 이같은 구조 때문에 소비자단체 등 일각에서는 “공짜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매월 50만원을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쓰더라도 적립금 상한선이 있어 한달에 들어오는 것은 고작 3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월 카드사용액이 적립금 상한액에 미치지 못하면 그 부족액 만큼을 소비자가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페이프리’는 이동통신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명 ‘공짜폰’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약정기간이 있어 매월 일정액을 통화료를 지불해야 할인혜택을 보는데 요금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할부금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공짜폰과 유사한 것이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페이프리가 공짜폰과 다른 것은 회사가 받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며 이와 동시에 렌탈로 소비자에게 받던 것을 외환카드로부터 받으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나가는 것이 없어 획기적으로 볼 수 있다”며 “카드사용액이 부담되거나 적립금이 적다고 소비자가 판단할 때는 페이프리를 포기할 수 있도록 ‘코디’가 판단해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소위 프리코노믹스라고 해서 공짜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지만 불황에 소비만 부추기는 눈가림식 판매전략은 아닌지 따져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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