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전격 사퇴 배경 놓고 정치권 ‘설왕설래’

[파이낸셜투데이=이완재 기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자리에서 물러나며 대선 출마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렇다할 분명한 뜻을 밝히지 않아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일보 회장직을 전격 사퇴하며 대권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홍 회장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력 언론미디어 대표로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주요 외부 강연등을 통해 대권에 대한 간적접인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격 사퇴 선언에 안팎의 정치적 해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사퇴의 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의 대선 출마설이 설득력을 얻는데는 그가 회장 직을 맡아왔던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의 홍 회장 대선 출마에 대한 우호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초부터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엔 홍 회장이 전북에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는 지난달 대명리조트 변산에서 원광학원 보직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국가 개혁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 회장의 직접 대선 출마설을 비판적으로 시각도 있다. 삼성가의 사돈이면서 동생들도 굴지의 기업 대표인데다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된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행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그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기보단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그가 노무현 정권 참여정부 시절 주미대사를 지낸 전력이 있어 민주당 후보를 전격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런가하면 홍 회장이 보수층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아예 자유한국당 비박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을 두루 접촉하며 문 전 대표에 대적하는 제3지대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에앞서 홍 회장은 지난 18일 “23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국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려 하는 지금, 저 역시 제가 지켜왔던 자리에서 벗어나 보다 홀가분한 처지에서 마음으로 저 자신과 우리 중앙미디어 그룹의 미래를 통찰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개월, 탄핵 정국을 지켜보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다”며 “광화문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서울광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깊은 고뇌에 잠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생애 고난과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고뇌와 번민이 깊었던 적은 없었다”며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홍 회장의 메시지는 상당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낳고 있어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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