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 탄핵 사태…“우리 모두의 승리이자 모두의 패배”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형 전광판에서 나오는 탄핵 인용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뉴시스
▲ 이완재 편집국장

“피청구인 박근혜를 탄핵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이정미 소장 대행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문의 한 구절이다.

헌정사상 대통령으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탄핵 국면이었고, 직접 탄핵 당한 대통령으로는 최초의 사례다. 박 대통령은 미증유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결과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개월 여간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점철된 국정 대혼란이 이날 탄핵결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동안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에 의해 농단 당한 국정 대혼란 국면이 특검에 의해 낱낱이 국민에게 드러났다. 수개월간 수백, 수천만의 촛불 행진이 이어졌고 역사와 정의 바로세우기에 이들이 동참했다. 이 소식은 외신에 가감 없이 소개됐고, 자칫 무너지고 후퇴할 뻔한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신기원이 됐다.

누군가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 귀책 사유야 수 없이 많지만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명확한 해명 부재만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수백여 명의 국민이 수장된 대 참극 앞에서 무능력을 넘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 비상식적 행동에 국민의 분노는 들끓었다.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 무능을 논하기에 앞서 그를 꼭두각시로 내몰고 이용한 주변의 수 많은 부역자들은 이번 탄핵을 몰고 온 더 나쁜 주범들이다. 그들에 대한 역사의 단죄 역시 제2기 특검팀에 의해 엄격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이번 탄핵 과정에서 탄핵을 반대하고 기각을 주장하는 보수층 중심의 반대집회도 세를 키웠다. 해방 이후 줄곧 이어져온 보수진보간 이념싸움으로 비화됐다.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의 광장정치는 매주 서울 광화문과 대한문 일대에서 맞부딪쳤다. 시위를 위해 광화문을 찾은 할아버지와 친손녀가 각기 다른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2017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 가족이지만 한명은 보수단체로 한 명은 진보단제 집회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대변했던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찬성 세력과 반대세력이 8대 2로 갈라졌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결과가 탄핵으로 나왔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2에 해당하는 우리 국민을 모두 아우르고 통합해야만 진정한 하나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 탄핵 결정 이후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측의 극렬한 반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리 모두의 승리이고, 우리 모두의 패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탄핵 결정을 통해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 스스로가 온전한 사고를 하고, 국정철학과 소신 또한 뚜렷한 강건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 국민을 섬기고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차기 대선에서 어느 때보다 눈을 크게 뜨고 대통령을 검증하고 선택해야하는 이유다.

또한 과거 개발 일변도의 산업화 시대나 유효했을 재벌과 정부간 정경유착도 종언을 알리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분열이 아닌 국민적 대통합이다. 우리 국민끼리 서로 불필요한 반목과 질시를 거둬야 한다. 광장에서 보여준 촛불과 태극기의 마음이 결국 국가를 위한 일이었음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작금의 분열된 국론상을 벗고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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