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작년 실적을 발표한 514개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00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코스피 상장사가 대략 13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순이익 규모는 102~104조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철강과 에너지, 건설, 화학업종의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다 운송과 조선업종은 흑자로 돌아서는 등 소재와 산업재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또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IT(정보기술) 업종과 체질개선에 나선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의 이익이 증가한 것도 100조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그 중에서도 코스피 순이익 100조 시대 개막의 일등공신은 대장주 삼성전자다. 코스피 상장사 실적의 약 20%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22조7261억원으로 전년동기(19조601억원) 대비 19.2%나 대폭 늘어나면서 크게 기여했다.

이어 한국전력(7조1483억원), 현대차(5조7197억원), 현대모비스(3조473억원), SK하이닉스(2조9605억원), 신한지주(2조8249억원), SK(2조8044억원), 기아차(2조7546억원), KB금융(2조1902억원) 순으로 당기순이익이 많았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해보면 한국전력(-46.7%)과 현대차(-12.1%), SK하이닉스(-31.5%), SK(-49.4%) 등은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롯데케미칼(81.3%), SK이노베이션(98.4%), 에쓰오일(99.9%) 등 정유·화학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신한지주(15.5%), KB금융(26.8%), 삼성생명(75.9%), 하나금융지주(48.2%) 등 금융사도 크게 늘었다.

또 포스코의 경우 2015년에는 962억원을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482억원의 순이익(흑자전환)을 내면서 100조 시대 개막에 기여했다.

코스피 순이익 100조는 세 자릿수 이익이라는 상징적 의미 뿐 아니라 매출 정체 속에서도 국내기업들의 체질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원자재 가격하락, 디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수년째 정체되고 있음에도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순이익 100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며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매출 상승이 동반되면서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증시 기초체력을 강화시키고, 단기적으로는 2100선 안착을 시도하는 있는 코스피 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져 장기간 이어져온 박스권 탈출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기업들의 이익 성장이라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코스피가 2100선에 도달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올해 매출 성장을 동반한 이익 증가가 나타나면서 시장도 현재 대비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국내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잇따른다. 순이익 규모가 많게는 1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단순한 실적 정상화를 넘어 실적 성장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제조업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조선·건설 등 산업재는 적자에서 벗어난데다 한때 적자까지 몰렸던 에너지·화학은 마진개선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넘나들고 있고, 시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T 업종은 눈부신 이익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120~1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