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 승리를 ‘보수적 가치의 승리’로 규정하고, 앞으로 미국인들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리고 있는 미 보수우파 연합체 연차 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잊혀진 미국인들이 더 이상 망각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화당 또한 미국 근로자들의 정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고, 잘못된 무역 협정 또한 바로잡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을 되풀이했다. 특히 오바마 케어가 “끔찍한 재앙을 부를 것”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세금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대선 때 미국인들에게 한 공약을 하나씩 실천해 가고 있다”며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더 이상 관용은 없다는 기존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오늘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이민국의 공무원들은 범죄 단체의 구성원, 마약 딜러를 비롯해 해외에서 온 범죄자들을 색출해서 추방하고 있다”며 이러한 강경대응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복지 시스템도 대폭 뜯어고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들은 복지에 의존하지 말고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면서 “당신은 그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지지자들을 상대로 일부 언론을 비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익명의 관계자’라는 표현을 적시하며 “(기사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보 출처를 사용하도록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들 언론에 등장한) 한 관계자가 도널드 트럼프가 형편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내 면전에서 그런 말을 하도록 하자. 더 이상 관계자가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 “나는 이야기를 꾸며대고 관계자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FBI 측에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을 파헤친 언론보도를 반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전날 복수의 백악관과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설에 대한 언론 보도를 뒤집기 위해 FBI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지자들은 이날 트럼프의 연설에 환호하고, “미국”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을 회고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트럼프에 화답해 “그녀를 감옥에 보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을 모두 마친 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롤링스톤스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퇴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 유세 기간 중 무대에서 퇴장할 때마다 이 음악을 틀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PAC 행사 참석은 공화당 소속의 의회 지도자와 주지사, 그리고 대권을 희망하는 이들의 통과 의례로 받아들여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의 스타’이던 6년 전 이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이유로 행사를 거른 바 있다고 WSJ은 전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행사가 또 다른 ‘트럼프 쇼’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CPAC이 아니라 TPAC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대선 후보처럼 보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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