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채취가 목적…“말도 안되는 처사”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차량 시정조치를 두고 국내와 해외를 차별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리콜에 들어가는 대상이 같은 차량임에도 연식 범위가 현저히 좁아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리콜 이유가 그간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일본 타카타사의 에어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리콜 대상에 속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허술한 국내법을 하루 빨리 개정하지 않으면 이같은 소비자 기만행위는 지속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5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 판매한 SLK350 등 9개 차종 승용자동차는 충돌로 인한 운전석 에어백 전개 시 금속 파편이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 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에어백은 일본 타카타사의 제품이다. 타카타 에어백은 작동 시 부품 일부가 파손되면서 금속 파편이 튀어 탑승자에게 상해를 입힐 위험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10명 이상의 사람이 타카타 에어백에서 튄 금속 파편에 생명을 잃었다.

타카타 에어백 문제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벤츠였기에 수입차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리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리콜 대상은 2005년 10월 26일부터 2009년 4월 22일까지 제작된 차량들이다. 미국에서도 타카타 에어백을 이유로 같은 차량들에 대해 리콜에 들어갔는데 대상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제작된 모델들로 한국보다 범위가 넓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국에서 리콜이 진행된 시점은 지난해 5월로 국내보다 9개월 빠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리콜 범위가 다른 것에 대해 벤츠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카타 에어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17개의 브랜드 중 벤츠와 GM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SLK리콜이 일부만 이뤄진 것도 그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벤츠의 리콜은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타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을 수거해 샘플을 채취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벤츠의 입장도 비슷하다. 타카타 에어백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만큼 글로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샘플채취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리콜은 타카타 에어백의 잠재적 위험을 실험하기 위한 샘플 채취 목적의 성격이 강하다”며 “향후 문제가 발견될 경우 추가적인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허술한 국내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보다 느슨한 국내 규정에 맞춰 리콜 등의 조치에 늦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샘플 채취를 이유로 리콜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샘플링을 위해 문제가 없는 제품을 수거하는 것은 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리콜이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같은 곳에서는 리콜을 안했을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내야 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벌과금 등 적극적인 제재가 부족하다 보니 실제 문제가 발생해도 업체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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