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승차감 뒤에 숨겨진 전통 오프로더의 뜨거운 피

▲ 지프 체로키.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 지프는 오프로더 명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과거 SUV를 통틀어 ‘짚차’라고 부를 정도로 크고 힘 좋은 차의 대명사로 통했다.

브랜드 태생이 이렇다 보니 지프에서 도심형 SUV로 출시한 체로키에도 전통 오프로더의 피가 흐른다. 여성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름다운 외관과 일탈을 꿈꾸는 남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험지돌파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SUV계의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체로키의 외관은 여타 SUV들과 차별화 돼있다. 지프가 피아트와 합병되면서 이탈리아 감성의 디자인이 이식됐기 때문인데 기존의 투박한 디자인을 벗어나 세련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이다.

특히 파격적인 전면부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체로키의 전면부는 보닛과 범퍼의 경계에 위치한 얇은 주간주행등(DRL)과 지프 브랜드의 정체성인 7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라디에터 그릴이 조화를 이뤄 체로키만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또 둥근형태의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다소 차갑게 보일 수 있는 첫인상을 완화시켜 준다.

▲ 사진=이건엄 기자

측면에서도 지프만이 가지고 있는 오프로더의 감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치 자신이 오프로더라는 사실을 말하듯 사다리꼴 휠 아치가 적용돼 한 눈에 봐도 ‘짚차’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서스펜션의 높이도 경쟁차량들 보다 높게 설정돼 있어 험지 돌파에서 유리함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후면부는 다소 아쉬웠다. 얇게 마무리된 테일램프가 전면 디자인과 흐름을 같이 했지만 특별하진 않았다.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R이 떠오르는 등 개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지프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깔끔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8.4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터치 방식으로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공조시스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각종 버튼 등은 최소화시켰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경우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 사용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 사진=이건엄 기자

시트의 착좌감도 훌륭하다. 전 시트에 고급 나파 가죽이 적용돼 안락한 쇼파에 앉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또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있어 자칫 험지 주행 중 흔들릴 수 있는 탑승자의 몸을 탄탄히 잡아줬다. 도어 윗분분과 센터 암레스트, 대시보드 상단 등 손길이 닿는 곳에는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해 실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했다.

수납공간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것으로 보였다. 휴대전화와 선글라스 등을 쉽게 보관할 수 있도록 대시 보드 상단 중앙 부분에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고, 조수석 쪽에 위치한 글러브 박스는 노트북 컴퓨터를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 실내 디자인은 정갈하다. 강렬한 외관의 모습과 대조된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8.4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터치 방식으로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공조시스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각종 버튼 등은 최소화시켰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경우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 사용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사진=이건엄 기자

과거 체로키와 2017 체로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첨단 안전 편의사양의 유무다. 특히 리미티드와 론지튜드 하이 모델에는 차선이탈 방지 경고 플러스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플러스, 풀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카메라 등이 탑재돼 쾌적한 운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오토와 스노우, 스포츠, 샌드·머드 등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천후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체로키 시승은 서울과 인천을 왕복하는 시내 주행 60㎞와 인천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까지 93㎞ 구간에서 이뤄졌다.

체로키에는 2.0ℓ 터보 에코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체로키를 주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중·저속 구간에서 토크가 크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출발 시 경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9단변속기를 채택한 점은 아쉬웠다. 변속기에 비해 비교적 낮은 마력 때문에 고속 주행 시 7단부터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고, 효율면에서도 큰 이점을 가지지 않았다.

▲ 체로키에는 2.0ℓ 터보 에코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이건엄 기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훌륭하다. 총알처럼 튕겨져 나가지는 못하지만 묵직한 하체가 꾸준히 힘을 발휘한다. 주행 중 엔진 소음이나 풍절음 차단 정도는 기대 이상이다.

체로키의 진가는 굽이진 ‘와인딩 코스’에서 드러났다. 중미산 천문대를 가기 위해선 험한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일반적인 세단이나 힘이 부족한 차량들은 주행에 다소 어려움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체로키는 눈까지 내린 상황에서도 특유의 4륜 구동 시스템과 강한 힘으로 거침없이 돌파해 나갔다. 체로키 안에 있는 전통 오프러더의 피가 들끓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심형 SUV가 챙겨야할 연료 효율은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측정한 연비는 ℓ당 11.7㎞로 제조사 측에서 밝힌 ℓ당 12.2㎞ 보다는 낮았지만 시승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연비주행을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선방한 것이다.

한편 지프 체로키 판매가격은 ▲론지튜드 2.4 모델 4290만원 ▲론지튜드 하이 2.4 모델 4590만원 ▲론지튜드 2.2 모델 5130만원 ▲ 론지튜드 리미티드 2.2 모델 5580만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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