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호실적 이어질 수 있을까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2년 더 은행을 지휘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통합 초대은행장으로 쌓아올린 성과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지난해처럼 좋은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다.

KEB하나은행은 21일 오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함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이뤄지면 함 행장의 연임은 공식 확정된다.

임추위는 “함 은행장은 2015년 9월 KEB하나은행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 후 탁월한 경영성과와 성공적인 전산·노조통합, 교차발령 등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완성했다”며 “통합 은행 3년차를 맞는 중대한 시점에 조직의 안정과 시너지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함 행장 재임기간 KEB하나은행은 좋은 실적을 거뒀다.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9%나 불었다. 당기순이익은 1조3872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229.5% 폭증했다. 은행의 주 수입원인 이자이익은 4조3287억원이며, 수수료이익은 6087억원으로 각각 64.4%, 29.0% 늘었다.

원화예수금과 원화대출금도 184조9000억원, 178조7000억원으로 각각 같은기간 대비 3.6%, 3.9% 늘었다.

원화예수금은 은행이 대출 등 주요 영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대표적 자금으로 ▲예금 ▲적금 ▲요구불예금 ▲양도성예금증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원화대출금은 원화로 나간 대출로, 통상 원화대출금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주 수입원인 이자이익이 늘어난다.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의 두 뿌리가 화학적으로도 결합하는 데도 노력했다. KEB하나은행이 출범한 지 9개월째인 지난해 6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성공적으로 통합됐다. 이후 누적 기준 2365명의 행원들이 교차발령됐다. 옛 하나은행 직원들이 옛 외환은행 영업점으로, 옛 외환은행 직원들은 옛 하나은행 영업점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은행 출범 1년 후인 지난해 9월에는 통합노조가 등장했다. 이로써 각 은행별로 운영되는 직급·복지제도·급여체계 등을 신속하게 교통 정리할 수 있게 됐다. 함 행장은 특히 빠른 노조 통합을 위해 2015년 8월 내정된 후 첫 일정으로 김용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면담을 나누기도 했다.

함 행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재임 2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지난해와 같은 순탄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실적 성장폭이 급격했던 이유는 기저효과 부분이 크다. 2015년 1~8월 KEB하나은행 실적에는 옛 하나은행 실적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2015년 대비 2016년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폭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곧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은행권 경쟁이 더 치열해진 점도 우려 사항이다.

은행 수익 다각화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점도 있다. KEB하나은행의 수익에서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를 우려한 정부가 은행권 대출 조이기 기조를 유지하면서 은행들의 대출 이자를 통한 이익 확대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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