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 강화 개정안 발의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비상사태나 재난 등 위원회가 법안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를 열거하거나, 국회의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동의를 얻은 경우로 직권상정을 제안하도록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안건이 제안된 후 20일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와 당해 법안이 30일 이내에 효력을 발생하지 않을 경우, 또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되거나 국가의 이익에 중대하고 명백한 위해가 되는 경우로 제한했다.

이밖에 심사기간이 최소한 10일을 경과해야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건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하는 등 절차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박 위원장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 의장은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예측가능하지 않아서, 권한행사 또는 불행사가 자의적으로 일어날 우려가 있어 국회의장에 대하여 지나친 정치적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권상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직권상정이 아니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직권상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국회법을 개정하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자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여는 등 직권상정 요건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에 가까운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벌어질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의 전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상임위원회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본회의장에 쇠사슬을 걸어 법안 심의 자체를 막은 사람들이 직권상정 강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자 생떼쓰기의 전형"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법안 상정을 폭력으로 막지 않고 토론에 응하면 직권상정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달라"며 "한나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불법 폭력의 전당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폭력 방지법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최근 한 언론과의 접촉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한편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진하려 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제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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