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해 기자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청렴’ 아이콘을 앞세우며 인천 교육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법정 구속됐다. 죄명은 청렴과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단어 ‘뇌물’이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9일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청연 교육감에게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 추징금 4억2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교육감과 함께 구속 기소된 박모 전 인천시교육청 행정국장 등 3명의 피고인에게는 각각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이 교육감과 공모해 건설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낸 혐의를 받았다.

이 교육감은 2015년 6~7월 인천의 한 학교법인 소속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 공사와 관련해 시공권을 주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3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2014년 2∼3월 교육감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홍보물 제작 등을 맡기는 대가로 제작업체와 유세 차량 업자로부터 1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이 교육감은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으로 손꼽힌다. 전임 나금형 인천시교육감의 비리 문제를 지적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앞세워 당선됐다. 나 전 교육감은 임기 중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퇴임 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교육감은 그간 교육비리 척결과 혁신적 교육정책을 표방하면서 역대 교육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왔다.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 폐지, 주민참여형 교육장 공모제, 평교사 출신 장학관 임명 등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역대 교육감과는 다른 행보에 인천 교육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지난해 8월 이 교육감 측근 2명과 교육청 간부가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을 때도 ‘이 교육감은 그럴 리가 없다’며 굳게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지지했던 진보진영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 교육감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줬던 오락가락 행보와 책임 떠넘기기 때문이다.

“진실이 가리워지기 바란다” “전혀 모른다”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던 이 교육감은 재판 도중 돌연 진술을 바꿨다. 지난달 24일 열린 마지막 변론 기일에서 “선거 빚 변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측근과 교육청 간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다”며 모의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측근들에게 떠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지역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이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전형을 그대로 반복해 충격과 실망을 안기고, 교육계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범행에 따른 혜택과 경제적 이익을 독차지하였음에도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떠넘기는 태도를 보인 만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인천지역연대는 9일 관련 논평을 내고 “참담하다”며 “진보교육을 위해 함께 애썼던 이들과 인천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이청연 교육감은 이번 사태의 책임지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나타낸 상태다. 그러나 예상보다 큰 선고 형량과 법정 구속이 됐다는 점 등에서 무죄를 받아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천 교육은 또 다시 선장 잃은 배 신세가 됐다. 이 교육감이 추진해 온 많은 정책들은 망망대해를 떠돌게 됐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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