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9일 밤 전용기편으로 워싱턴DC을 향해 출발한다. 

9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2박 3일간 이뤄지는 이번 회동에서 아베에게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동승 및 골프 라운딩 등을 제안하는 등 ‘이례적 환대’를 보여주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니치는 두 사람의 회담 일정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트럼프와 아베는 10일 점심(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한 후, 남부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별장으로 이동한다.워싱턴에서 플로리다 주로 이동할 때는 ‘에어포스원’에 함께 탑승하는데, 양국 정상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도 동승할 전망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미일 정상이 에어포스원에 동승하는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일본 총리가 조지 W.부시(아들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테네시 주 멤피스에 있는 고(故)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 이후 처음이라며 “지극히 한정된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는 10~11일 팜비치 트럼프 별장에서 트럼프와 함께 보내게 된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두 사람은 11일에는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길 예정이다. 

미일 정상이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1957년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메릴랜드주 골프장에서 라운딩이 이뤄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골프 라운딩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뉴욕에서 트럼프와 회담했을 때 트럼프에게 골프클럽을 선물하며 두 사람의 공통 취미인 골프를 지렛대로 친밀 관계 구축을 노렸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언론은 또 두 사람이 10일 점심식사부터 11일 저녁식사까지 최대 5번이나 식사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2박3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이례적 환대”라며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간 신뢰관계 구축을 가장 중시해 회담에 임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이 얼마나 일본을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로서는 에어포스원 동승, 골프회동이라는 트럼프의 이례적 환대를 마냥 즐길 수만도 없다. 아베는 이번 회담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 및 경제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싶은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미일 양자 FTA(자유무역협정) 및 대일무역적자 시정 등 일본으로서는 불편한 주제를 회담 테이블에 중점적으로 올려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베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에 일자리 70만개를 만들고,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약 511조 7850억 원) 규모의 신(新)시장을 창출하는 등 대규모 투자계획 ‘선물 보따리’를 제시할 전망인데, 이러한 선물 보따리가 어느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슬람 7개국 국민의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전 세계적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트럼프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자세를 보이면 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대표대행은 8일 기자회견에서 “(아베가 이번 회담에서) 일본으로서 할 말은 하고 올지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방미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 일본의 경제·외교 중추도 동행한다. 이들은 미일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한편, 각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회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방미 일정을 마치고 13일 일본으로 귀국한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