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보험은 각종 질병이나 사고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보험사에 가입하는 장기상품이다. 반면, 적금은 단기간 목돈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은행 상품이다. 그러므로 양자는 당초부터 가입 목적이 다르고 유지 기간도 다르다.  

그런데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변액보험과 같은 장기저축성보험을 적금이라고 판매해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 말만 믿고 보험을 적금으로 알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보험의 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이 적금 이율보다 월등히 높고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의 대안이라는 등의 말에 현혹되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가입자가 급전이 필요해서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당초와 달리 손해가 막심,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2015년 변액보험 민원 건수는 4200여건이고, 특히 중도해지 수익률이 기대 보다 낮은 것이 가장 큰 불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100%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뺀 나머지 일부 금액만 펀드에 투자된다. 

그러나 보험을 가입할 땐 이런 내용을 제대로 설명들은 바 없다. 더구나 해지환급금이 낸 보험료보다 왜 적은지 알기 쉽게 설명도 해 주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열 받아 있는 가입자에게 “낸 보험료에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차감되었고, 가입 후 이율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우선 보험사들 잘못이고, 그 다음은 가입자 잘못이다.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적금으로 변칙 판매하였고, 단기 목돈마련이 필요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적금이라고 꼬드겨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후연금을 준비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연금보험 대신 사업비(수수료)가 많은 종신보험을 분별없이 가입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감독당국은 애써 모르쇠 하고 있다. 

보험은 위험보장이 목적이므로 보장성보험 가입이 정답이고 저축은 아니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공시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이 높더라도 보험은 단기 저축 목적으로 부적합하다. 보험은 낸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차감되므로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보험은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므로 이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원금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당연히 적금을 가입해야 한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현명한 소비자라면, 수익률 높다는 말에 현혹되어 보험을 적금으로 알고 가입해서 손해 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에 맞는 상품을 올바로 선택해서 가입하되, 일단 가입했으면 끝까지 유지해서 가입한 목적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행여 보험을 적금으로 알고 가입할 바에는, 차라리 1건은 보험료가 저렴한 보장성보험을 가입해서 고액 보장을 받고, 여기에 은행 적금을 별도 가입해서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백배 낫다. 

보험사들은 보험을 적금이 아니라 보험답게 팔아야 한다. 입으로만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외칠 일이 아니다. 감독당국도 솜방망이 처벌로만으로는 근절되지 않으므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실행하여 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밥값을 하는 것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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