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이후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지면서 LG전자도 이를 강조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17년형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내놓으면서 배터리 신뢰도 테스트 실시 등을 강조하며 안전성을 내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로 인해 겪은 논란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상당히 위선적이다. 자사 스마트폰 발화 사고에 대해서는 안일한 자세로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대외적으로는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 외치고 있는 꼴 이다.

이같은 정황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소비자 A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정품 충전기에 꼽아 놓은 자신의 스마트폰 V20 연결단자 부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하지만 LG전자는 A씨의 과실로 몰아갔다. 내부에 습기가 차 누전이 됐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LG전자가 A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A씨가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V20 발화 관련 게시글을 지워주면 발화로 손상된 V20을 환불해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에 V20을 수거해갔던 동네 LG전자 센터 담당자로부터 본사에서 원인 결과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며 “(LG전자 측이) 검사 결과 휴대폰 내부에 습기가 차 누전 돼 제품이 탔고 이는 소비자 과실이다. 원한다면 검사결과 메일을 확인 시켜 주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담당자가 본사 방침 상 이런 경우는 유상수리인데 열흘간 휴대폰을 반납해 불편을 겪었으니 특별히 무상수리를 해주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뽐뿌에 올린 V20 발화 관련 게시글을 지워주는 조건으로 특별히 환불해주겠다고 선심 쓰듯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이같은 대처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제품 결함이 아닌 이상 글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사 결과 공개에도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는 ‘소인배’적인 행동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LG전자는 이같은 사고사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배터리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국제 기준을 뛰어 넘는 ‘복합 환경 검사’로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자신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기업이 신뢰를 구걸하고 있는 셈이니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항간에 떠도는 ‘마케팅 못하는 LG전자’란 말이 절로 공감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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