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조용히’ 리딩그룹 위상 굳힌다

▲ 서울 중구 소재 신한금융그룹 본사(왼쪽)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국내 금융그룹 1위 신한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택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룹이 ‘안정’을 택했다고 평한다. 조 내정자는 신한맨 정통 그대로의 행보를 보여왔다. 물 흐르듯 조용한 가운데 실속과 성과를 일궈냈고, 그 결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한은행에 이어 이제는 신한금융지주 수장에 앉게 됐다. 국내 리딩뱅크에 이어 그룹 전체를 이끌게 된 조 내정자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행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사회 전원 만장일치로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됐다. 조용병 내정자는 오는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회장직 임기는 3년으로 2019년까지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 19일 위원 간 심의와 투표 절차를 걸쳐 조 내정자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조용병 후보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거치면서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고 밝혔다. 또 “조용병 후보가 1등 금융그룹으로서 신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리드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과 성과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회추위 전원 합의

조 내정자는 앞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과 경쟁했다. 특히 위 사장과 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심층면접 과정에서 신한 발전상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위성호 사장은 돌연 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위 사장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은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서는 회추위가 안정을 택한다면 조 내정자를, 변화를 바란다면 위성호 사장을 뽑을 것으로 봤다. 더불어 그동안 신한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것을 따져봤을 때, 세 후보 중 최 연장자이자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창립 멤버라 할 수 있는 최방길 전 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상경 회추위원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후보 3인 중 위성호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나머지 2인 후보를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만장일치로 조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출했다. 순리에 따라 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 이상경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소재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취재진 물음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실력 증명

조 내정자가 안정적 발전이 가능한 인물로 읽히는 이유는 신한은행을 이끌어온 이력 때문이다. 조 내정자가 지휘한 신한은행은 척박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리딩뱅크 지위를 굳혔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9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조5825억원, 1조511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각각 11.3%, 20.6% 증가했다. 2015년 영업이익은 1조733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 다소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4% 늘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순이익률은 2015년 말 기준 0.49%, 6.71%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신한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연근무제도인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한 것과 모바일 뱅킹서비스 써니뱅크를 출시한 점도 안정 속 개혁을 기대할 만한 배경이다. 스마트근무제는 시공간 제약 없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스마트워킹센터 설립 등을 골자로 한다. 직원들의 제도 이용도 활발해 지난해 7월 25일부터 말까지 자율출퇴근제 신청건수는 10만6256건에 달한다. 같은기간 일반 업무공간 외에 화상회의실과 직원 휴식공간도 함께 갖춘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한 건수도 3352건에 이른다.

써니뱅크는 핀테크와 모바일뱅크 부상 흐름에 발맞춰 신속하게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약 70만명을 기록했으며,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베트남 써니뱅크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현지 가입자가 4만3000명을 넘었고, 대표적 모바일뱅킹 상품인 마이카 대출상품은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달러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조 내정자는 취임 후 효율성을 위해 이메일이나 전화 등 비대면 보고를 늘리며 내부에서 좋은 평가도 받은 바 있다.

조 내정자가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글로벌사업컨설팅 태스크포스 설립을 통해 해외진출에 속도를 붙인 점도 그의 개혁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조 내정자 재임 동안 신한은행 해외 네트워크는 기존 16개국 72개에서 20개국 150개로 확대됐다.

▲ 조용병 행장이 지난해 7월 2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연수원에서 임원, 본부장, 전국 부서장 등 11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내정자는 올해 60세로 한동우 현 신한금융그룹 회장보다 9살 어리다. 세대교체를 통해 보수성이 강한 신한금융그룹에 새로움이 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현재 60세 전후인 계열사 주요 대표들의 연령대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마침 오는 3월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신한은행을 포함해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신용정보 ▲신한 프라이빗에쿼티 등이다. 신한은행이 이번달 초 시행한 인사개편도 세대교체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부행장 등 주요직에 60년대생들이 전면 배치 됐기 때문이다.

신한사태 때 보여준 중립행보 긍정 작용
회추위 만장일치…대표적 중립인사 강점
은행장 재임 중 안정경영 리딩뱅크 지켜
​유력 경쟁자 위성호, 면접서 후보직 사퇴

◆無라인 인물

조 내정자의 또 다른 강점은 신한금융그룹 내 핵심인물이면서도 대표적 중립인사라는 점이다. 조 내정자는 국내 1위 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의 평판과 신뢰도에 큰 상처를 남긴 ‘신한사태’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다.

신한사태는 2009년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측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라응찬 전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면서 라응찬 전 회장의 실각과 신 사장의 집권설이 거론되던 중,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라응찬 전 회장·이백순 전 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공격은 점차 심화되다가 세 사람 모두 2010년 10·12월에 걸쳐 사퇴하면서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상흔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조 내정자는 신한사태 때 신한은행에서 전무직을 맡고 있었지만, 그 어느 라인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였던 위성호 사장은 라응찬 전 회장 라인 인사로 분류된다.

조 내정자가 2013년부터 2015년 2월까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지낸 후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배경에는 이같은 ‘중립성’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당시 행장직을 위성호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이 경합하는 양상을 띈 데다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중 서열이 5순위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다.

신한사태의 주역인 신상훈 전 사장이 최근 금융권으로 복귀한 것도 조 내정자의 발탁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2013년 2심에서 사실상 무죄를 받은 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민영화된 우리은행 사외이사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금융권에서는 신 사외이사가 ‘명예회복’에 나설 경우 완전히 갈무리하지 못 한 신한사태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신한사태 이후 등판해 조직 추스르기에 집중해왔다. 이에 후계자를 고르는 데 있어 조 내정자의 중립적인 속성이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조 내정자 또한 지난 20일 신한금융그룹이 파벌 없이 화합할 수 있도록 개방성과 수용성을 더욱 키우겠다는 차기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혀, 조직 화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내정자는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죽 그룹 내부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정통 신한맨이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와 국내외 지점을 거친 후 해외사업·리테일·영업추진 부문 장을 두루 맡았다. 이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2015년에는 신한은행에 들어온 지 31년 만에 은행장이 됐다. 이번 차기 회장 선출로 조 내정자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수장을 모두 맡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약력>

1957년 대전 출생
1976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81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뉴욕지점 대리
1995년 인사부 차장
2002년 인사부장
2004년 기획부장
2009년 신한은행 전무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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