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장? 영화관?…위험천만 급경사 좌석 안전성 논란

▲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송파파크하비오 메가박스 내 좌석의 급경사에 따른 안전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메가박스 참고 이미지와 송파파크하비오 조감도 합성.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주상복합단지 ‘송파파크하비오’ 내 개봉관 메가박스가 관람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영관의 좌석이 경사가 높아 자칫 관람객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파이낸셜투데이>가 직접 현장에 다녀왔다.

송파파크하비오는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문정동) 장지역 부근에 들어선 주상 복합단지다. 지난 2013년 분양 당시 최고 6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당시 서울 판 롯폰기힐스로 불리며 큰 기대감 속에 화려한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인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개통된 SRT 수서역으로 수도권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과 인근 강남 재건축과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등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유입 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송파파크하비오에는 앞으로 대규모 실내 워터파크, 찜질방, 영화관 등이 입점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체인 업체 중 하나인 ‘메가박스’다.

지난 15일 오후 3시경 취재를 위해 찾은 송파파크하비오는 듣던대로 웅장한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기자가 장지역 4번출구로 나오니 서울 송파구 대표 복합 쇼핑단지 ‘가든파이브’ 건너편으로 건물 연면적만 축구장 120개 규모를 자랑하는 송파파크하비오가 버티고 서 있었다.

송파파크하비오는 송파구 문정동 6만1231㎡에 건립됐으며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3470실, 고급 호텔 487실과 부대 편의시설 등이 한데 어우러진 초대형 복합단지다. 지난 2013년 9월 분양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준공해 아파트‧오피스텔, 업무‧상업시설 순으로 문을 열었다.

면적이 넓은 만큼 메가박스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위치를 알려주는 간단한 안내판조차 없어 건물을 한참이나 빙빙 돌아야 했다. 차량을 이용한 접근도 쉽지 않아 보였다. 입주민들을 위한 차량 출입구는 곳곳에 마련 돼 있었지만, 정작 편의시설을 이용하려고 송파파크하비오를 찾은 고객들은 전용 출입구를 찾아 헤매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메가박스는 일반적인 영화관과는 구조부터가 달랐다. 송파구에 들어선 첫 번째 메가박스인 송파파크하비오 메가박스는 총 9개의 상영관과 매표소, 매점, 화장실 등 영화관의 모든 부대시설이 1개층에 몰려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비효율적인 상영관의 좌석수 배분도 인상적이었다. 메가박스의 좌석수를 관별로 보면 ▲1관 246석 ▲2관 67석 ▲3관 67석 ▲4관 110석 ▲5관 105석 ▲6관 116석 ▲7관 46석 ▲8관 126석 ▲9관 124석 등이다. 전체 1007석 가운데 24%에 달하는 246석이 1관에 설치된 점이 크게 눈길을 끌었다.

▲ 지난 15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메가박스 송파파크하비오 1관 전경. 사진=곽진산 기자

좌석이 집중 된 1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예매하고 맨 뒷좌석 K열에 앉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적처럼 천장은 높았고 배열된 좌석의 경사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홈 경기장 ‘캄 노우(Camp Nou)’를 연상케 했다. 캄 노우는 관중 9만9000여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축구 경기장으로 좌석 경사가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관객들도 상영관의 경사에 놀라는 눈치였다. 관람객 중 한 아이는 “너무 높다,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장이 작은 어린 아이들이 앞좌석으로 고꾸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주의 안내판이나 경고는 없었다.

1관 전체 면적과 영화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좌석을 많이 채우기 위해 경사를 높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좌석에 앉아보니 좌석간 거리는 넓지 않았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정도였고, 앞뒤 좌석 공간은 충분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좌석마다 설치된 간이 책상과 플러그 소켓이었다. 강연장이나 공연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게 영화관 측의 설명이다.

문제의 1관은 영화관보다는 강연장이나 공연장의 성격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허가를 담당한 송파구청 관계자는 “공식적인 등록 허가 절차는 밟았으나, 다른 용도(강의실‧공연장)로 사용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영화관을 강연장이나 공연장으로 쓰겠다고 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영화관 최소 면적이나 통로 기준 정도만 있을 뿐, 의자의 경사, 책상에 관한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한 공연 시설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데 따르는 개별적 시설법 기준이 없다는 문제점이 노출된 셈이다.  영화관 전용극장에 대한 시설기준법, 연극이나 기타 공연을 동시에 소화하는데 따른 각각의 시설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인 관련 기준법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관객들의 안전이다. 안전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극장 측은 "사고가 발생하면 차후에 고려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아직까지 소비자 불만 사례는 없었다”면서 “만약 차후에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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