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환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 중에서-

 

참으로 공감되는 얘기다. 오랜 동안 사람의 마음을 사는 ‘흥행사’라는 일을 해왔다. 잘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이외로 고전을 했고, 흥행이 어려우리라 긴장했던 공연이, 생각보다는 잘 되어서, ‘흥행’ 이라는 말뜻을 깊이 체감을 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수 없이 경험을 해왔다.

세상에는 ‘우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필연’은 우연이라는 것에 그 원천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하나에 모든 ‘열’과 ‘성’이 결합되었을 때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는 것도 알았다. 문화라는 것이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에 세심함을 가져야 만이 문화 콘텐츠도 제 값어치를 한다는 것은 명확했다.

바로 ‘진실된 순간’의 연속이어야만이 비로소 문화는 진화가 가능하다. 늘 흥행사는 섬세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감성이 있어야 만이 ‘감동’하게 되고, 이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들이 명심해야 될 덕목이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 ‘흥행사’로서의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이 어릴 때부터 정해졌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평생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철거민들이 이주했던 사당동이라는 산동네였다.

그 때 본 영화 ‘성난 송아지’라는 영화는,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려는, 소년의 이야기였다. 권선계몽의 영화였지만,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동네 주민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때부터 한 눈도 팔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다.

중년이 되어 생각해 보면, 돈키호테와 같은 외길이었다.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世路少知音)’라고 했듯이, 삼국지에서 나오는 영웅호걸도 그가 세상에 살아지면, 기억되지 않는다. 그리고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이제는 알았다.

특히 사람들의 마음 사는, ‘흥행’의 일을 한다는 것은, 그리 대중들의 관심에 가까이 있지는 않은 일이다.

서른 중반에 두산그룹에 재직하면서 두산연수원 경영이념 교수라는 직함을 얻었다. 두산그룹에서 유일하게 문화사업팀장이라는 직책으로 ‘극장장’이라는 직위에 있었기 때문에 선택되어진 자리였다. 현장에서 가장 가깝게 근무하고 있는 일반직 여직원들이 대상이었다.

2년간 명일동 두산연수원 그들에게 가장 많이 얘기를 했던 것이, ‘진실된 순간’이었다. 고객과의 접점 15초 동안 그 회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칼슨 전 사장이, 하위직에 권한을 대폭 위임해서 현장에서의 서비스 질을 결정하여, 고객들의 만족을 높인다는 것으로, 지금 항공사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그러한 ‘진실의 순간’에 것이었다. 이제는 고객만족 교육에 있어서 바이블이 된 내용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순간은 생애 다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의미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인생의 만남의 기회에서, 상대방에게 모든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경영이념 교육을 하면서 일반직 여직원들과 같이 공감을 얻고자 하는 핵심 요지였다.

‘흥행’과 ‘고객만족’을 서로의 차이점을 찾아보면, ‘흥행’의 기본 요지는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들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속성에 있다. 그래서 대중문화의 핵심은, 잘 알려진 ‘검색’이 용이한 스타들을 활용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편중된 독과점 현상은 순수예술의 영역을 계속 좁힐 것이다. 이는 순수예술의 빈곤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타개할 하나의 접근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진실의 순간’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쉽지 않은 길이다.

그것은, 사람은, 유리한 것만 보고 다른 것은 잘 보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성상, 제조상품과 문화 예술의 상품은, 소비에 있어서 매우 상이하다. 제조상품은, 실용성과 편리성 그리고 제품의 사후 관리에 고객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를 통해 최종 구매결정을 한다.

이에 비해서 문화 예술의 상품은, 공연자나 예술가가, 저명하고 익숙해서 ‘검색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우,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한 스타들만 기억하는 특성으로’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 예술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를 했을 때 유익성에 대한 설득보다는, 문화 예술의 체험을 통해, ‘감동의 가치’를 순환시키는 일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흥행’을 평생의 길로 가고자 하는 이로서, 마음가짐은, 이러한 ‘진실의 순간’을 통해, 향후 경제의 한계점에 다다를 때 문화로 소비하려는, 소득은 낮지만,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거대한 시간 소비자’를 기다리고, 그들과 ‘진실의 순간’을 통해, 문화 예술의 가치를 소비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 언젠가 더는 경제성장을 할 수 없는 시대에 억지로 경제를 키우려 하기 보다는 문화를 가꾸고 역사를 연구하면서 인류를 진화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있다. 그 때까지 문화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진실의 순간’은 계속될 것이다.

<조경환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

 

▷조경환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

필자는 한국 최초 박람회 전문회사 ‘영지도스(東通)’ 프로듀서, 두산동아(동아출판사) 케이블 TV DSN 편성팀장 두산그룹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 극장장,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극장 기획팀장, 영화주간지 시네버스 편집장 그리고 인천부평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일대 연극영화과, 한성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부 겸임교수, 한성대대학원 미디어디자인전공 겸임교수,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겸임교수, 국립 강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방송연예 예술경영 겸임교수, 한국 외국어대학교 인문학부 문화콘텐츠 연계 전공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된 활동 분야는 공간운영 콘텐츠와 공연기획 및 문화정책, 지역기반 축제의 활성화, 예술경영전략, 지역 특성화 문화콘텐츠 개발(공연, 예술교육, 전시)이다. 특히 공연 문화 및 지역축제를 통한 지역의 문화경제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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