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희망의 찬가, 한쪽은 절망의 노래

▲ 사진=뉴시스

[파인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병신년 극심한 불황으로 진땀을 흘렸던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정유년 표정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제품 가격 인상과 중국발 공급과잉 해소 국면을 통해 정유년 반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조선은 지난해처럼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릴 전망이다.

철강업은 지난해 국내외 공급과잉이라는 ‘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자국 내 철강업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늘어난 철강물량은 전 세계로 쏟아졌다.

공급과잉 문제는 주요 수출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겼다. 특히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과 인도의 반덤핑 관세로 인해 국내 업체는 ‘관세폭탄’을 직격으로 맞아야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 반덤필 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를 적용했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관세 13.38% 등 총 13.38%의 관세율을 판정 받았다.

중국도 지난 7월 향후 5년간 포스코 방향성 전기강판 제품에 37.3%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인도 역시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 45~55% 관세율을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멕시코가 한국산 철강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 2000~2005년 155건이었던 철강 관련 무역규제수는 지난 2010~2015년 746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는 지난해 19건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13건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발 청신호

하지만 정유년은 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철강사들이 지난해 7200만t 규모 설비를 감축한 데 이어 올해는 현재 가동설비까지 폐쇄 대상에 포함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주요 철강사들은 중국 전체 철강 생산설비의 6%인 7200만t 이상의 유휴 설비를 감축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00여개 이상 난립한 철강사를 통폐합해 상위 10대 업체 점유율을 현행 34%에서 60% 올리는 방법으로 7800만t 규모의 설비를 추가 감축할 계획이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본격화 하면서 자국 내 석탄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60.8%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구낸 주요 철강사들도 새해부터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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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이달 출하분부터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은 t당 12만원, 냉연강판은 t당 10만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2~3월 또는 상반기 말까지 같은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국내 철강사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6년 하반기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점, 중국 철강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는 점 등 철강재 가격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17년은 철강시황 정상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중국의 과잉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주요 국가들의 인프라투자 화대가 예상돼 철강수요 측면세어 긍정적인 모습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수주절벽’으로 고생길을 걸어온 조선업은 올해 역시 허리띠 졸라매고 버텨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 조선사의 지난해 연초 수주목표액은 총 428억 달러지만 실제 수주액은 64억7000만 달러(지난해 12월말 기준)에 그쳐 당초 목표대비 15.1%에 머물렀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연초 목표 195억 달러에 44억 달러를 수주해 22.6%, 대우조선해양 108억 달러에 15억5000만 달러로 14.6%, 삼성중공업 125억 달러에 5억2000만 달러로 4.2%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빅3 조선사에서만 올해 70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대우조선을 시작으로 무급휴직순환제도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검토 중에 있고 도크 3개를 폐쇄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플로팅 도크 2개 매각과 함께 생산능력 30%를 축소하고, 삼성중공업은 도크 1개 가동 중단, 부동산 매각, 그리고 2018년까지 최대 40% 감원한다.

◆끝 모를 터널

빅3는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95억 달러 수준으로 내년도 목표액을 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연초 108억 달러로 잡은 수주 목표를 지난 6월 62억 달러로 대폭 낮춘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 목표를 62억 달러로 잡거나, 이보나 낮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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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53억 달러)보다 다소 높여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연초 125억달러로 잡았던 수주목표를 지난 5월 53억 달러로 조정한 바 있다.

영국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은 극심한 수주절벽에 직면한 조선업 현 상황이 새해에도 이어지다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클락슨은 새해 선박 발주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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