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높아진 수출장벽…설상가상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2016년은 IT·가전업계의 신뢰가 무너진 한 해였다. 삼성전자는 미숙한 품질 관리로 갤럭시노트7을 단종 처리했고, 백색가전 강자 LG전자도 에어컨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IT·가전이 대한민국 수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만큼 2017년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수출을 견인해 오던 전자업계에의 근심이 가득하다. 제품에 대한 품질 신뢰도 하락한 상황에서 수출 장벽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린 신뢰 회복은 물론 다변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에 맞춰 전략을 짜야 되는 만큼 국내 전자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1월 초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각각 42조5042억원, 16조39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한해 수출액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2년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 LG전자의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4년여 만에 두 관세에 대한 무효 판정이 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 제품 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이 없는 품목에도 이 같은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브랜드 이미지 추락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LG전자는 2011년부터 북미에서 판매한 전자동(뚜껑형) 세탁기와 휴대용 에어컨에서 제품 결함이 발생해 지난해 자발적인 리콜에 들어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상 진동이 발생한 전자동 세탁기 총 280만대를 지난달 리콜하기로 결정했고 LG전자는 과열 문제가 접수된 휴대용 에어컨 약 50만대를 조만간 리콜 조치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발화 논란으로 갤럭시노트7을 단종 시키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장기적으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흔들린 신뢰도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더구나 올해부터 트럼프 집권이 본격화 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 국내 업체들의 북미 시장 공략은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공약을 내놓은 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에 유리하게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TV, 세탁기, 생활가전 등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판매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치솟는 관세와 금리

북미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액에서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1.5%, 지난해 31.4%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2.6%에 이르렀다. 한해 매출의 3분의 1을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LG전자 역시 전체 지역 가운데 미주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25.1%, 지난해 29%로 높아졌다. 올 상반기 북미 지역 매출 역시 7조9758억원으로 29.1%의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시장 공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트럼프가 중국에서 생산, 수입하는 제품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인 점도 위기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관세율만 해도 각각 111%, 49%에 달하는 수준으로 향후 판매량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프타 협정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아 왔지만 이 역시 불안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년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전자업계가 신흥국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예고대로 연준이 2~3회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며 “신흥국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면 이 부분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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