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대규모 5115명 감축…노동조합 반발, 투쟁 예고

고위직 간부의 절반이상을 흔들어놨던 코레일의 ‘매머드급 인사’가 대규모 인원감축이라는 후속탄으로 이어졌다. 코레일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4505명의 정원감축 직제개정(안)을 의결, 지난해 감축된 610명을 포함해 총 5115명의 정원을 줄인다는 ‘인원감축안’을 전격 발표했다. 5115명은 코레일 정원의 15.9%에 이르는 숫자로 이는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의 감축이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이라는 주장이지만, 정부의 선진화계획도 초과현원을 인정하고 3,4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정원을 줄여가도록 하고 있어 이번 인사태풍이 코레일 전체의 지형도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20일자로 단행된 인사만 해도 ‘A급 태풍’이었다. 팀장급 이상인 고위직 간부 50% 가까이를 교체한 규모로 코레일의 공사전환 이후 최대 규모다.

올 하반기로 계획된 조직 개편없이 단행된 이번 인사로 인해 33명의 실·단장, 지사장급 가운데 15명과 팀장급 191명이 자리를 바꿔야 했다. 또한 37명의 팀장이 마땅한 보직을 갖지 못한 채, 전국17개 지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여기에 하나 더 ‘태풍’의 강도를 높힌 것이 지난 23일 결정된 정원감축안. 23일 오후 4시 이사회를 열어 당초부터 예정된 4505명의 정원감축 직제개정(안)을 전격 의결처리했다. 지난해 감축된 610명을 포함할 경우, 감원인원은 총 5000명이 넘는다.

코레일 측은 이번 정원감축의 배경에 대해 한마디로 영업수지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3년간 영업수익 증가율이 1.4%에 그친 반면, 비용증가율은 3.7%에 달해 영업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자료를 근거로 인력감원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정원을 감축했다고 하더라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및 광역 전철망 확충 등 신규사업에 추가적인 인력 증원이 필요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력이 발생되므로 당장 강제퇴직은 없고, 초과되는 현원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만성적자 꼬리표 사업수익 제고 아닌 몸집 줄이기로 해결?

철도노조 측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해 온 ‘무인관리시스템’이 현실화될 경우,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이 줄게 되고 그만큼 안전문제와 고객서비스도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주목대상이다.

    
 
  ▲ <허준영 코레일 사장>  
 

결국 공사전환 이후, ‘만성적자 공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온 코레일이 사업수익 제고가 아닌, 자체 몸집 줄이기라는 카드를 꺼냄에 따라 취임 한 달여를 맞은 ‘허준영 열차’가 어떤 궤도를 선택할 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과 관련, 비상조직기구(T/F)까지 신설해 가며 자구노력을 시도해 온 코레일은 인사혁신과 경영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는 형상으로 치닫고 있다.

‘롤러코스터’로 비유되는 ‘허준영 열차’의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종 목적지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 허준영 사장은 “철도공사는 ‘세계일등 국민철도’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더불어 인력효율화에 대한 노사 공감대 형성을 위해 세부시행계획에 대한 노사협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레일은 "그동안 정원감축과 관련 여러 차례 노동조합에 노사협의를 요청했으나 노동조합이 응하지 않음에 따라 노사협의에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 정원을 일괄 감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철도조노 “공기업 사회적 책임 버리는 행위” 투쟁 선언

그러나 노동조합은 코레일의 이번 정원 감축에 강하게 반발, 향후 사측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철도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내세운 정원감축의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제시해 가며 ‘일방적인 감원절차’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철도노조는 “적자역, 매표, 1인승무, 정비업무, 시설유지 등 전 분야에 걸쳐 감원이 되고 있다”며 “대시민 서비스 하락과 열차안전 특히 교통약자인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의 전철과 열차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다 안전인력도 줄어 만약의 사고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인력감축 대부분은 정규직 일자리를 줄여 외주화하겠다는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밝힌 후, 업무의 사실상 ‘외주화’를 경계했다.

특히 노조는 지난 20일자로 단행된 고위직 인사와 연계해 “2급까지 철도고위직은 이번 감원에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하위직만 해당된다”며 직렬간 형평성 문제도 꼬집었다.

이와 함께 사측이 밝힌 감원 사유인 ‘경영적자’에 대해 “철도적자의 경우 KTX 건설비용을 선로사용료 형태로 공사에서 책임지고 있어 한해 6100억원정도를 KTX 건설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밝힌 후 “이에 비해 철도적자는 6500억원 수준으로 KTX 건설비용을 공사가 부담하지 않는다면 흑자”라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밝힌 ‘영업수익 감소와 인건비 비중 증가가 감원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노조는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해 적자를 늘리는 문제와 신규사업에 기존인력 전환배치 문제의 부당성 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강도높은 반대투쟁을 선언,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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