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이제 그만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대기업인 A사에서 원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B사. A사와 함께한다면 B사의 진일보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B사는 홍보·마케팅에 투자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러한 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FT브릿지’를 기획했다. 혁신적 기술·제품을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발굴, 대기업와 중소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31번째 주인공은 공동구매와 경매를 결합한 ‘올윈’이다.

경매는 상품의 가격을 판매자가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 희망자가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 내면 그 중 최고가를 낸 입찰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품 자체의 희소성이나 구매희망자의 구매욕 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래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즉 입찰자가 없어 현저히 낮은 가격이 책정돼 판매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입찰자가 많아 가격이 높아져 물건을 구입해도 손해를 보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 공동구매+경매

올윈은 경매의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동구매와 경매가 결합된 가격 결정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희소성 있는 한정 상품을 공동으로 낙찰 받아 값을 낮출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올윈의 플랫폼에서 소비자는 판매자를 보호하는 최저가격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대가격 사이에서 본인이 느끼는 적정한 가격으로 입찰할 수 있다. 그러면 가장 높은 입찰가에서 부터 순서대로 정해진 수량만큼의 물건을 낙찰을 받을 수 있다. 낙찰가는 공동낙찰자가 써낸 가격 중 가장 마지막 순서에 있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경매와 비교해 예를 들면 이렇다. 기존의 방식은 인기가 많은 공연의 티켓 가격은 보통 공연 기획자들이 결정을 하게 된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자리가 꽉 차야 가장 큰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빈 자리가 생기고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기획자들이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알 수 없어 가격 책정은 항상 어렵다.

반면 올윈을 이용하면 100석이 있는 공연이면 기획자는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을 설정해 두고 소비자들에게 얼마의 가격이 적당한지 경매방식으로 물을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입찰하면 최고 가격을 부른 사람부터 100명이 공연 티켓을 낙찰 받을 수 있다. 이들이 낙찰 받는 가격은 100번째 사람이 입찰한 가격이다. 덕분에 경매의 단점인 ‘승자의 저주’는 없애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

공동낙찰 통한 합리적 가격결정…손해는 최소화
빅데이터 통한 컨설팅도 가능…활용도 ‘무궁무진’

기획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알 수 있어 최적의 가격과 최적의 수량을 결정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모두 100번째 가격으로 낙찰을 받게 돼 소비자들이 생각할 때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와 이익을 공유한다. 따라서 최고가를 쓴다 하더라도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이같은 가격 결정 정보들이 모이면 올윈 플랫폼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적의 가격이 데이터로 쌓이면 이를 통한 가격 결정 컨설팅에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올윈의 모델은 가격을 쉽게 메길 수 없는 상품들에 적용하기 좋아 불합리한 가격의 암표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제품생산과 판매에 마케팅 홍보 채널이 필요한 소상공인, 아티스트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윈은 사람들이 특별한 상품으로 여길 수 있을 만한 제품군을 골라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콘서트 등 공연과 호텔 팬미팅, 시사회 등이 있다. 최근에는 쏘카와 짐카, 스타일웨어, 꾸까 등 타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기획 상품을 구성해 판매에 나섰다.

실제 올윈은 팬들이 열광하는 문화 관련 콘텐츠들을 판매했다. 소설 ‘빅픽처’의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와의 식사, 영화 동주 시사회, 헤드윅과 잭더리퍼 등 뮤지컬 티켓 등을 판매했다.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공급자들이 마진을 절반으로 줄이면 두 배의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두배로 들게 된다”며 “공연티켓과 성수기 호텔 숙박권, 한정판 제품 등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품의 가격을 공동경매를 통해 결정하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진출 준비

올윈은 한국투자파트너스와 SBI인베스트먼트, 마젤란기술투자 등을 통해 약 60억원 정도의 투자액을 출시 전 유치했다. 또 그룹옥션 판매 방식을 한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등 53개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출원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올윈이 지난해 12월 첫 옥션을 선보인 이후 1년 동안 200여개 상품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다. 이에 따른 입찰 총액은 80억원에 육박하고 최종 낙찰 총액도 15원에 달했다. 또 올윈 이용자들의 24%는 최고 가격에, 13%는 최저 가격에 입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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