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공포·테러’ 혼돈의 지구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그 어느 때보다 ‘외풍(外風)’이 거셌던 한 해였다. 안 그래도 대통령 탄핵 정국에 얼어붙은 한반도는 몰아치는 국제사회의 바람에 더 차가워졌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쏟아지는 뜻밖의 결과들에 혼란은 더해갔다. 전 세계가 서로 얽히며 유난히 길었던 1년의 시간. 파이낸셜투데이가 2016년의 국제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까지 예상을 뒤엎고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국제적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지구온난화와 지카 바이러스 등 재해에 IS의 테러가 더해지면서 전 세계의 공포는 점점 더 증폭돼 갔다.

1.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

지난달 열린 미국 대선 투표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538명중 306명을 확보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했다.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에서 기성 정치권과 기득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과 불신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트럼프는 기존의 정치인들은 무능하다며 자신이 집권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피즘을 또 다른 형태의 보수주의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또 다른 부류는 트럼피즘이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끊임없는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표현에 열광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히스패닉을 포함해 유색인종 인구가 증가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백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포퓰리즘 쓰나미

CNN방송은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주요 5개국(G5) 정상회담 장면을 담은 사진을 소개했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G5 정상들이 비공식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웃으며 환담하는 장면이었다. CNN방송은 이를 두고 ‘2016년 정치 쓰나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이라며 “포퓰리즘 물결 속에 메르켈 총리를 제외한 모든 정상들이 위기에 처했다. 메르켈도 곧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진 속 5명의 정상들 중 4명은 ‘포퓰리즘 쓰나미’에 낙마를 했다. 캐머런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과 함께 정계를 은퇴했다. 린치는 지난 4일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총리직을 사퇴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올랑드는 4%의 굴욕적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올랑드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임도전을 포기했다. 오바마는 내년 1월 퇴임한다.

▲ 사진=뉴시스

3. 영국의 EU탈퇴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 51.9%, 반대 48.1%로 탈퇴가 확정됐다. 영국의 EU 탈퇴는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이다. 브렉시트 투표를 제안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사의를 표했고 내무장관이었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 7월 13일부터 공식적으로 취임하며 EU와 탈퇴 협상을 이끄는 수장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 탈퇴가 진행된다.

4. 新 냉전시대 우려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동아시아 정세가 혼란에 빠졌다. 사드 배치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사드 배치에 거센 반대를 일관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 냉전 대결 국면이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은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한반도 유사시 사드 배치 지역을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면서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삐걱대던 한중관계의 파열음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층 커졌다.

5. 전 세계 이상 고온현상

올해 들어 지구 대기 중에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양이 급속도록 증가했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NOAA)에 따르면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4년에 비해 3.05ppm 상승했다. 측정이 시작된 이후 56년 만에 연간 최대 증가치다. 온실가스로 인한 이상 고온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는 44.6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미국에서는 전국 48개 주의 기온이 32도를 넘어서는 등 20년 만에 처음 관측되는 이상고온이 이어졌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범지구적으로 파리협정을 맺었다.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의 대기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 최대한 1.5도 아래로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사국들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부터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5년마다 이행상황을 평가‧목표를 재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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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혁명 아이콘 ‘피델 카스트로’ 사망

지난 11월 쿠바 공산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소련식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카스트로는 약 50년간 쿠바를 지배하면서 미국 10명의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카스트로는 1959년부터 1976년까지 쿠바의 총리를 지냈고 1965년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올랐다. 1976년부터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았다. 재임 기간 토지개혁을 실시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자본을 몰수하는 등 사회개혁을 단행했다. 그해 제1차 아바나선언을 발표하여 라틴아메리카 해방을 제창했고 1961년 1월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였다. 카스트로는 재임 기간 동안 남미의 인민들을 탄압하는 친미 군사독재정부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가나 좌파 민족주의자들을 지원하였기 때문에 남미에서는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반면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장기 집권해 독재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7. 출렁이는 금리

연초부터 중국 증시의 폭락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핵폭탄급’ 금리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일본은행이었다. 1월 29일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를 살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라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엔고 현상과 물가상승 2% 목표 달성 부진이 이어지고 물가 하락세가 계속되자, 일본은행은 연간 2% 물가상승률 달성 시기를 2018년으로 늦췄다. 이로써 2013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하면서 내건 “2년 안에 2% 물가상승”의 달성은 사실상 임기 내에는 불가능해졌다. 이런 와중에 나 홀로 경제회복세를 이어나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는 12월 14일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2015년 12월 9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에서 0.25%로 올린 지 꼭 1년만이다.

8. 지카 바이러스 공포

브리질과 중남미, 미국, 동남아시아까지 올 한해 세계가 ‘지카 공포’에 떨었다.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는 모기나 영장류를 통해 전파된다. 발열과 발진을 일으키고 임신 여성이 감염되면 소두증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브라질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신생아 소두증 의심사례는 1만600여건을 기록했다. 이 중 확진은 2100여건이고, 4800여건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라질에서 12월 현재 신생아 소두증 의심사례 3000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들어 확진 사례가 1000건 이상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9. 비극의 알레포 교전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지난 13일 시리아 반군이 패전을 인정하고 정부와 민간인과 반군 대원들의 철수를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로서 4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는 종료됐고 민간인 및 반군 철수 작업이 시작됐지만, 과거 알레포 동부에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에 남은 10만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CNN은 아사드 대통령은 앞으로도 알레포에서 했던 것과 같이 무자비한 반군 박멸에 나서겠지만, 오히려 더욱 급진화된 반군들이 곳곳에서 게릴라 형태로 저항하는 형태의 내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드 대통령 본인도 내전이 끝나려면 아직 긴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친정부 매체 알와탄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알레포 승리가 내전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 사람들이 프랑스 남부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IS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 ‘IS’ 테러공포 여전

2016년에도 전 세계는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떨었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지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까지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종교단체는 올 한해 IS와 연계된 테러가 59개국에서 2358건 발생해, 약 2만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바스티유의 날’ 기념행사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해 86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3월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 공항과 도심 지하철 말베이크 역 등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 전문가는 IS 조직원들이 군중 사이로 들어가 테러를 벌이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 수법으로 전환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S가 다시 외로운 늑대형 공격으로 선회한 이유는 점령지가 축소되고 조직원이 줄어드는 등 조직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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