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키워드 ‘시민·촛불’…2017 ‘다시 희망’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완재 기자] 대한민국이 대혼란(Chaos)과 혼돈의 2016년 한 해를 건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헌정 사상 최악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메가톤급 국정 사태는 헌정사상 두 번째라는 대통령 탄핵을 불렀다. 관련 청문회와 특별검사팀까지 꾸려져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국정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식 밖 일탈을 일으킨 박근혜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시민의 자발적 촛불민심으로 타 올랐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관통한 가장 큰 화두는 ‘시민’과 ‘촛불’로 요약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모를 밝히는 청문회와 특검이 한창인 가운데 경제 산업 전 분야로 튄 ‘불똥’은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삼성, SK, 한화그룹, 현대차 등 대기업 총수가 줄줄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불려가고 일부는 구속되는 등 경제계는 바싹 숨죽이고 있다.

정치권은 최순실 국면에 여당인 새누리당이 분당의 길을 걷게 됐다. 야권은 보수정권 10년을 뒤로하고 진보정권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손학규를 중심으로 개헌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정권의 잇단 대통령제의 폐해에 따른 대안론의 일종이지만 문재인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사태를 통해 차기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국민의 눈높이도 매서워져 대통령후보자에 대한 철학은 물론 가족력, 개인신상까지 철저한 검증을 요구받게 됐다. 정치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정치가 살아야 경제도, 사회안정도 가능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여전하다. 그 어느 해보다 어수선한 연말, 2016년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 2017년 대한민국 국운을 전망해 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00만 촛불의 응징

그 어느 해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대한민국 후반기는 대혼돈의 역동기를 걷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끈 일등공신은 정부도 정치권도 아니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매주 거리로 나가 촛불을 밝힌 일반 시민들이었다. 매주 서울 광화문 광장과 전국 주요 도시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모인 박근혜정권에 대한 반대 촛불시위는 그 자체로 해외토픽감이었다. 무엇보다 과격 시위의 성격을 벗어난 평화적인 수십만의 촛불군중은 전 세계 언론의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재현된 새로운 집회시위문화이자 광장민주주의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혁명적인 촛불민심의 힘은 결국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탄핵가결을 가져왔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무늬만 대통령인 식물대통령 신세가 되었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탄핵심판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결국 촛불민심, 촛불혁명으로 불리는 촛불시위는 국민의 엄중한 ‘주권 행사’로서 ‘명예혁명’에 비견될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시민의 힘이 촛불로 승화 돼 자칫 최순실 일당과 그 부역자들에 의해 후퇴할 뻔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 마지막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순실 정국 ‘불똥’ 튄 경제계 바싹 긴장

이번 최순실게이트 정국의 최대 희생양은 또 삼성, SK, 한화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재벌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농간으로 촉발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범에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들이 직간접으로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게됐다.

이 일로 지난 6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재벌 9인이 국민 앞에 서는 비극도 연출됐다.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손경식, 구본무, 신동빈 회장 등 줄줄이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들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외에도 회사 합병, 면세점 선정, 사면 청탁 등 복수의 정경유착 의혹을 추궁 받았다. 이날 청문회는 28년 전인 1988년 ‘일해(日海) 청문회’의 복사판이었다. 당시 청문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모금한 것의 강제성과 대가성 여부를 집중 캐물었다. 역사는 반본되다지만 기업들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비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돼 국민들의 씁쓸함을 샀다. 청문회간 각 재벌총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모르겠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로 일관하며 이른바 ‘모르쇠 청문회’로 끝을 맺었다.

최악의 비선정권, 역대 두번째 탄핵 불러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서민도 산다”
내년 대권 ‘용틀임’…‘문재인·반기문’ 접전
최순실정국 경제 치명타…내년 잿빛 전망

이들 모두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특혜성 제3자 뇌물죄 등이 성립 돼 형사처벌을 피해간 것으로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다. 향후 특검의 수사에 줄줄이 출석을 앞둔 삼성과 기업 CEO들이 사법적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재계는 연말 임원급 인사도 미루는 등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침체 국면을 보내고 있다. 본지가 이번 송년호 특집기획으로 마련한 경제산업 전반에 대한 2017년 전망에서도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소비마저 침체되는 등 잿빛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올해 터진 조선업계 폐업은 인접 철강업계로의 불똥이 튀는등 악순환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또 박근혜정권 부동산정책 실패로 서민들의 집값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쳤고, 내년도 내집마련에 대한 꿈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또 금융권은 가계빚이 한계치를 드러내며 은행들의 영업상황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사진=뉴시스

◆대권 잠룡들 문재인·반기문 각축…문제는 ‘자질’

정치권의 대권 잠룡들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17년 정치권은 박근혜정권의 실패로 부수정권 10년이 큰 위기를 맞는 모습이다. 실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맞아 친박과 비박간 첨예한 계파갈등을 겪고 결국 분당을 맞고 ‘쪽박’ 신세가 됐다. 무려 비박계 의원 30여명이 탈당선언을 하고 가칭 ‘개혁보수신당’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신 보수당의 출현을 알렸다.

12월 셋째 주 현재 대권후보군의 지지율 추이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무서운 상승세가 눈길을 끈다. 사실상 유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해 한몸 불사르겠다'는 표현으로 강력한 대권 의지를 시사한바 있다. 사실상의 대권주자로서의 출사표나 다름 없었다.

여기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수개월째 지지율 1위를 달려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전도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신촌의 홍익대 앞 카페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기대선의 경우 인수위 없이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국정공백이 없도록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에 대한 요구도 나온다’는 질문에 “섀도 캐비닛이라고 (질문을) 했는데 그렇게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선증을 교부받으면 곧바로 직무수행을 해야 하는 만큼, 후보와 정당간 협의를 거쳐 어떤 내각을 구성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이후 자신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전제하고 예비내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문재인 반기문 외에도 여야 유력 대선 잠룡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후보검증과 자질검증이다. 이미 박근혜대통령을 통한 아픈 학습효과를 거친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검증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한편 최근 실시한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8주만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9~21일 전국의 성인 15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에서 반 총장은 전주보다 2.6%포인트 오른 23.1%를 기록,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문 전 대표는 1.5%포인트 내린 22.2%로, 7주연속 유지했던 선두자리를 반 총장에게 뺏겼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이 3.0%포인트 하락한 11.9%를 기록하며 2주째 하락세를 나타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0.3%포인트 오른 8.6%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와 별도로 리얼미터가 지난 15~16일 차기 대선 가상 대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이 각각 민주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문 전 대표(46.8%)가 반 총장(35.5%)을 앞섰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에서 확인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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