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먹구름’ 주식시장 ‘갬’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정유년 새해를 앞둔 금융가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안팎으로 상황은 나빠지는데 규제는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는 답이 없다는 목소리가 안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관련 연구기관들이 연달아 ‘저성장의 늪’을 예고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금융인들의 마음에는 기대감보다 우려만 가득하다. 2017년 금융권 기상도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금융권의 2017년 전망은 말 그대로 ‘흐림’이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 속에서 은행들의 대출 장사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보험사들의 고민도 커져만 가고 있다. 위기와 기회를 모두 가져다 줄 수 있는 ‘고령화의 그늘’ 아래서 활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여의도 증권가는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박스권’ 돌파를 점치는 목소리가 늘면서 투자자들은 기대감 속에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은행권 ‘먹구름’

은행들의 내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폭증하는 가계부채 속에서 대출로는 더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각종 규제들도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은행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차원에서 내년 은행들의 가장 큰 키워드는 ‘자산관리(WM)’와 ‘해외진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은행 대출자산 증가율은 3~5% 수준으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7.30%였던 것과 비교하면 2~4% 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은행들은 최근 2~3년 간 금리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및 가계부채 관리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 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줄줄이 예고돼 있는 자본규제도 은행들에게는 걸림돌이다. 자기자본관리는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보전완충자본, 시스템적중요은행(D-SIB)에 대한 추가자본이 4년 간 각각 2.5%, 1.0%까지 단계적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금융연구원은 내년 은행의 성장세가 주춤할 전망이라며, WM과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은 이자수익에서 벗어나기 위한 은행의 첫 번째 과제로 자산관리서비스의 경쟁력을 제고를 꼽았다. 은행의 주력상품을 일방향적으로 제공하는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니즈와 특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해외진출 전략을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은행은 중국 및 동남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을 가속화해왔지만, 이제는 네트워크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는 성장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은행은 모든 수익활동에 대해 요구자본 대비 예상수익을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일부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향후 규제변화를 감안해 중장기 포트폴리오 구성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뉴시스

◆늘어나는 경쟁자

기존 은행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도전까지 받고 있다. 내년 은행권에서 벌어질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항이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본인가를 승인하면서, 이르면 당장 다음달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K뱅크의 출범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24년 만의 새 은행 신설이다. 금융위의 이번 본인가를 시작으로 국내 중금리 금융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뱅크의 금융 서비스는 모바일이 기반이다. 이를 통해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점이 사장 큰 특징이다. 주 타깃 고객은 4~6등급 신용자들이다. 10% 내외의 대출 상품이 주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주주 중 한 곳인 GS리테일이 보유한 전국 1만여개 편의점에 24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고객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한 고객금융센터에는 현재 상담원 70여명을 배치했고, 향후에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상담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은산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말 목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1~12% 수준으로, 현 자본금 2500억원에 추가로 2500억원을 추가로 증자할 계획이다.

관련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사실상 KT가 추가로 증자하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 경우 KT가 1대 주주가 돼서 ICT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기존 은행과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

심성훈 K뱅크 대표는 “일단 최대한 노력해 볼 계획이지만, K뱅크 주요 주주들 역시 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국회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KT가 증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주주인 우리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 다다른 銀 대출장사…규제까지 ‘발목’
‘인터넷 전문은행’ 출항 임박…경쟁 가속화
보험업계 ‘고령화의 그늘’…위기 또는 기회
​간만에 활기 찾은 증권가…내년 셈법 분주

◆보험, 기회와 도전

보험사들의 2017년 기상도 역시 흐리긴 마찬가지다. 보험연구원은 2017년 보험산업 성장률이 2.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국내 보험업계를 둘러싼 위험 요소를 들었다.

보험연구원은 고령화와 저성장, 저금리, 금융규제 변화 등 격변기를 맞아 보험 구매력이 둔화되고 있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 대응과제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급격한 고령화가 국내 보험산업에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내년 노년부양비율(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년인구의 비율)은 18.5%로 추정되지만 2020년에는 22.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4세~64세)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보험경영 환경의 변화와 함께 금융당국의 규제도 변화하고 있다. 당장 국내 보험사들은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신지급여력제도(솔벤시2)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소비자보호 강화로 각족 영업행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이같은 보험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보험영업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계약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보장성보험 위주의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 출처=뉴시스

◆주식시장 기대감 ‘솔솔’

주식시장에서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올해에 비해 내년 증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가 많아졌다. 5년간 이어져온 ‘박스권’을 뚫고 강세장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며 눈높이가 높아진 모습이다.

주요 증권사 13곳의 내년 코스피 지수 평균 예상 범위는 1900~227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 평균 1861~2227에 비해 상단과 하단 모두 약 40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다만 코스피 밴드 상하한폭이 작년 평균 365포인트에서 올해 평균 374포인트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내외 변수가 많아 올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13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높은 2350선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도 내년 코스피 상단으로 2320선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강세장에 따른 박스권 탈출을 예상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국들이 통화정책만으로는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한계에 봉착하면서 내년부터는 점차 재정 정책으로 교체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은 좀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 코스피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 경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이 102조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11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N자 패턴의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현재 국내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정치의 혼란을 비롯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유로지역의 정치적 불안,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 등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도 그렇고 기업이익의 성장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2017년 한국증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를 괴롭힐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 테마산업 찾기 ‘분주’
정유년 투자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주식 투자자들이 저성장과 저금리의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테마 산업 찾기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각 산업에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이 내년 투자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알파고의 바둑대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적용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카,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보틱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드론 등이 꼽힌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향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밑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며 “패러다임의 변화시점에는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과 더불어 장기적인 주가상승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장기투자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