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그 쪽 상인들은 관련 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노량진수산시장 내 구(舊) 시장에서 수협 측 경비업체가 상인들에게 가하는 폭행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담당 서울시 공무원의 답변이다. ‘안다’, ‘모른다’가 아니라 그들은 ‘불법 점유인’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이들을 보호해야할 수협중앙회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우리는 공실관리 차원에서 불법 점거중인 상인들을 제재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땅에 엄한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수협은 지난달 구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사측 재산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법원에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경성수산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온 서울 시내 대표 수산물 도매시장이다. 그런데 수협이 2002년 2월 노량진수산을 인수하면서 시설 노후화와 위생을 이유로 2010년부터 소위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을 쫓아내려는 수협과 자리를 지키려는 상인들의 대립이 시작됐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폭행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소유자인 수협이 자신의 땅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을 만들어 온 상인들의 목소리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수협은 상인들을 억지로 끌어 내리는데만 급급했다.
결국 한 평에 불과한 공간조차 뺏겨버린 상인들에게는 보상 대신 ‘불법 점유자’라는 주홍글씨만 새겨졌다. 이처럼 소유한 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겠다는 수협이지만, 폭행에 관해선 ‘유구무언’이다. 과정과 내용이 무엇이든 폭행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법은 누굴 위해 존재하느냐고. 법과 원칙은 약자에게 냉정하고 강자에게 바람 앞에 촛불 같다.
‘수산 인에게 풍요로움, 고객에게 신뢰감, 임직원에게 자긍심을 주는 수산업 중심체로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이 되겠습니다.’ 공허하기만 한 수협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