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대가를 바란 적이 없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면세점하고는 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네, 전혀 관계없습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총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가성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예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지금 ‘양치기 소년’이 됐다. 청문회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소위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 방안’이 들어있었다. 말씀자료는 박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 독대용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비슷한 시기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공교롭게도 이 만남을 전후해 이 재벌들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따라다녔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연금공단이라는 든든한 ‘빽’을 등에 업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키며 후계구도를 굳혔다.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했던 SK, 롯데그룹은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롯데는 결국 제 3차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고배를 마신 SK도 ‘대통령 말씀자료’만 아니었으면 롯데와 함께 승자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인용을 위해서는 ‘제3자 뇌물죄’ 규명이 필수다.

그 ‘key’를 쥔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최태원, 신동빈을 출국 금지했다. 뇌물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음을 시사하는 조치다. 특검팀은 출연금 배경에 깔려 있는 대가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가성.’

무엇이 얼마나 더 밝혀져야 순순히 인정할 것인지 재벌들에게 묻고 싶다.

73억원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의 형량이 징역 7년에 불과하자, 556만원을 훔쳐 징역 7년을 복역하고도 보호감호 명분으로 10년 간 더 옥살이를 해야 하는데 분개한 지강원이 교도소 이송 중 탈출해 인질극을 벌이던 1988년 10월 16일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 없고 권력 없으면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돈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대한민국 법이 이렇다”며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을 자처했지만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중심에 서있는 대통령, 그 대통령과 야합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에도 부인으로 일관하는 일부 재벌들, 정치권력뿐 아니라 이들 경제 권력에 대해서도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배신감과 박탈감은 더 큰 촛불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온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정의롭고 공정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헌법재판소는 신속한 심리로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 특검은 민주주의와 경제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 그 대통령과의 밀실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에 쌓인 재벌 오너들을 철저히 조사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 또 국회는 출국 금지된 재벌 오너들을 청문회에 다시 출석시켜 고해성사를 받아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그리고 재벌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력의 어떠한 압박에도 야합하지 말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병인 파이낸셜투데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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