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김봉진 대표 ‘집회 비난’ 한 마디에 기업까지 ‘된서리’

▲ 이봉진(왼쪽) 자라코리아 사장과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파이낸셜투데이=곽진산 기자]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과 이봉진 자라코리아 사장 등이 지난 달 촛불 집회에 대해 부적절한 언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민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막말과 일탈 등 ‘오너리스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회장님 관리’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국민은 폭도”

‘남자에게 참 좋은데…’라는 멘트로 유명세를 탄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카페에 올린 게시물에 곤욕을 치렀다.

김 회장은 지난 달 4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나라가 걱정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보수단체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가 제작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써서 일어난 일일뿐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은 폭도”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게시물에 격분한 ‘촛불민심’의 비난이 빗발치자 김 회장은 급히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캡처된 글이 소셜네트원크서비스(SNS) 상에 올라간 뒤였다. 이후 천호식품의 주요 상품을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글이 잇따랐다.

▲ 사진은 천호식품 김영식 대표가 촛불 비난으로 파문이 일자 지난 19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올린 사과문.(사진=해당 다음 카페 캡처)

김 회장은 뒤늦게 카페를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된 동영상을 올린 뒤 내용을 파악하고 제 의도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많아 바로 내렸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이봉진 자라코리아 ‘촛불’ 폄하

글로벌 SPA브랜드 자라(ZARA)의 한국법인을 이끌고 있는 이봉진 사장도 촛불집회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소비자들의 항의와 불매운동이 빗발쳤다.

이 사장은 한 대학강연에서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명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발언은 마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폄하하는 뉘앙스를 풍겨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자라 측은 “이봉진 사장은 이번 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했으며, 그의 말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 됐다. 국내 SPA브랜드 시장은 자라를 비롯해 유니클로, H&M, 에잇세컨즈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SPA시장의 주 소비자층이자 촛불집회의 주축인 2030세대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라는 울상을 지었다.

앞으로 피해 규모는?

당장 기업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직 논란의 여파가 담긴 올해 4분기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천호식품은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비자들과 직접 호흡해야 하는 식품업체라는 점에서 그 타격을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미 지난해부터 천호식품이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천호식품의 2015년 매출은 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 감소했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일단 사태 이후를 지켜보는 중이고, 아직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대답을 주저했다.

자라코리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SNS 상에선 지금도 자라 불매운동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자라리테일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글로벌 정책상 한국지사 선에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자나 깨나 입조심

최근 들어 ‘오너리스크’에 기업 이미지가 치명타를 입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의 지난 4월 ‘경비원 갑질 폭행’ 사건으로 미스터피자 점포는 순식간에 60여개나 줄었다. MPK그룹의 올해 3분기 국내 피자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줄었다. 점포별 매출도 3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김 명예회장은 개인 운전기사에게 평소 ‘임마’, ‘개새끼’라는 폭언을 일삼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낭심을 걷어차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사건이 알려진 초기, 김 명예회장은 퇴임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불매운동 등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폭력 사실을 시인했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과거에 SNS에 남긴 부적절한 비난 글이 문제가 돼 지난해 옷을 벗어야 했다. 안 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할 당시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 하수인’이라 지칭하는 등 야권 인사들을 비방한 것이 취임 직후 드러나면서 사퇴한 바 있다.

기업 오너들의 잇단 부적절한 발언과 돌출행동으로 기업은 큰 기업이미지 훼손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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