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솔로몬] 甲는 A를 상대로 2억 8000만원을 청구해 2007. 10. 23. 승소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한편 A에게는 형제 B, C가 있었는데, 이들의 어머니인 乙는 2009. 12. 4. 사망했습니다. 이에 乙의 공동상속인인 A, B, C 중 A는 상속포기기간 중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A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B, C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다음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甲은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A가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B, C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상속재산 중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는 포기하는 내용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인 甲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돼야 하고,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B, C가 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B, C는 甲의 요구대로 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줘야 할까요?

 

▲ 법무법인 서로 조태진 변호사

가족법상 재산의 처분과 관련한 행위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우선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해 대법원 2000. 7. 28. 2000다14101 사건에서는 “재산분할은 민법 제839조의 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돼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부분에 대해는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기에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또 대법원 2001. 2. 9. 2000다51797 사건에서는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돼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를 만들어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대법원은 상속포기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가 아니라 인격적 관계를 중시하는 법률행위로 보아 채권자의 채권 확보에 어려움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해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해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해 행해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속이 개시된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상속의 포기로 인해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상태가 악화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의 포기를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는 반면, 상속의 포기를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할 경우에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 상속에 따른 상속재산분할협의와 달리 상속포기는 ‘당사자가 재산권을 임의로 처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당사자가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므로, 단순히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은 일응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효과 측면에서 보자면, 채무자가 상속을 포기함으로 인해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확보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법원이 구체적인 타당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형식논리상으로 상속에 따른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상속포기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채권자 입장에서 놓고 보면, 양자는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이 점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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