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민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정부는 지난 8일 일종의 서민의 내 집 마련 지원책인 ‘정책금융상품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기습적으로 보금자리론 대출요건을 강화했다가 국민과 야권의 빗발치는 비판에 밀려 부랴부랴 내 논 개정안이다. 당시 정부는 서민 실수요층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 될 보금자리론은 문턱이 많이 높아졌다. 2달 전 갑자기 변경된 기준보다는 약하지만, 본래 조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라는 소득 상한이 새로 추가됐다. 담보 대상 주택값 한도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대출 한도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이 같은 요건 강화로 실수요자로 볼 수 없는 소득 상위 계층의 이용은 제한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강화 부분은 2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가산금리 ‘패널티’다. 주택을 2채 보유한 보금자리론 대출자는 3년 안에 주택 1채를 처분하지 않으면 매년 가산금리가 붙는다. 대출자는 최장 3년까지 주택 처분기한을 정할 수 있는데, 1년으로 정하면 기본금리가 적용되고 2년이면 0.2%포인트, 3년이면 0.4%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부과되는 식이다. 약속한 처분기한을 지키지 못해도 가산금리가 추가된다.

일부 대출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목적으로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다. 개정 전 보금자리론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판매금액의 15% 정도인 약 2조원이 2주택자들에게 나간 것이 확인 돼 비판을 받았다.

예산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는 15조원으로 올해 공급된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요건이 강화돼 신청자가 줄 수도 있지만,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규모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보금자리론 판매금액은 6조원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8월 이미 9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도 수요 예측에 실패했는데 올해까지 2년 연속 판매액 추산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개정된 보금자리론은 구멍투성, 또는 실패나 허술하다는 수식어가 붙지 않길 바란다. 최근 은행들이 내주는 주택담보대출과 적격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예금금리가 아직 1%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주담대는 5%를, 적격대출은 4%를 넘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 매매값 5억원 이하는 절반도 안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탄탄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정말 ‘꿈’으로만 남을 수 있다. 높고 빽빽하게 세워진 아파트 숲에서 서민이 내 몸 하나 뉠 ‘보금자리’ 없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도록 보금자리론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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