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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 여파로 백화점, 유통 등 소비 관련주가 맥을 못추고 있다.

겨울 비수기를 감안해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비심리 위축 정도는 예년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준. 국민들이 무력감에 빠지면서 외식과 쇼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담화가 있었던 지난 10월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업종은 유통주다. 이 기간 코스피 유통업종 지수는 10.93% 하락했다.

신세계 주가는 이 기간 19만9500원에서 17만4500원으로 12.53% 하락했다. 롯데쇼핑 주가도 이 기간 7.09% 하락했고, 현대백화점는 12.5% 떨어졌다.

호텔신라(-20.96%),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8.16%) 등 면세점주와 휠라코리아(-33.47%), 영원무역(-22.20%) 등의 의류업체, 한국화장품(-24.75%), 잇츠스킨(-15.28%) 등 화장품주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중 95.8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로 최저치다.

통상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고 날씨가 추워져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겨울에 우울감을 느낀다는 ‘Winter Blues(겨울 우울증)’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심리 위축은 단순한 계절성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책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정다이 연구원은 “겨울에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계절성을 고려하더라도 최근의 소비 심리 위축은 주목할 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정책 공백에 따른 소매업 위축이다.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 재판소 판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검이 탄핵 진행 기간과 중첩되기 때문에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촛불집회가 6주 넘게 이어지면서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 매출 타격 우려도 나온다.

NH투자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최근 전국 주요 시내에서 주말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의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관련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IG투자증권 김유겸 연구원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이 이미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최소한 경제적(금융시장)으로는 지금보다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추안이 부결되면 시위가 과격해지고,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탄핵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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