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전 애인과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출산한 후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A(22·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아이를 출산한 직후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나쁘고 결과 또한 매우 중하다”며 “아이가 사망하자 사체를 옮기고 태반을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방치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거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A씨 측 변호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이가 살아있는 상태로 출산돼 약 5~10분 기침소리를 냈던 사정 등에 비춰 가정 내 즉각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 직후 상당한 시간 동안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임신 후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애인과 헤어지고 비난이 두려워 가족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지내오다가 혼자서 아이를 낳게 됐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아이를 낳은 직후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충격으로 경황이 없어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경기도 소재 자신의 집에서 애인이던 B씨와의 사이에서 갖게 된 여자 아이를 출산한 후 그대로 방치해 유기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아이를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고 아이의 코와 입속의 양수 등 이물질을 빼주는 등 최소한의 산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아이가 ‘쿨럭’하는 기침소리를 냈지만 그 상태로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고등학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출산 시 조치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아이를 옷에 끼어 있도록 했다가 이후 울지도 않은 채 엎드린 상태에서 숨을 쉬지 못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양육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해도 적절한 산후조치를 한 후 아이를 입양기관 등에 맡겼다면 충분히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데 대한 정당한 변명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