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176만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송구하다”,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던 와중, 코스피 시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주가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76만원 대를 넘어선 것은 1975년 6월 11일 상장된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국회의원들의 질문과 질타 세례에 진땀을 빼고 있었지만, 회사의 가치는 역대 최대로 평가받았던 셈입니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바구니에 많이 담은 상위 리스트를 차지한 것은 외국계 증권사들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리요네, 메릴린치, CS증권 등이었습니다. 결국 오너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은 굳건(?)했던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오히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황이나 호황이 아닌 ‘불확실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정경유착 의혹들에 대해 시인하고 ‘양신선언’이라도 했으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어찌 됐을지 모를 일입니다.

청문회 막바지까지 ‘모른다’는 답변만 계속하다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아니, 머리가 안 좋으신 거예요?”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이 부회장. 이런 이 부회장의 모습에 투자자들은 오히려 안심할 수 있었다는 풀이인데요.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사이에서도, ‘자본주의의 이기심’이 발휘되는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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