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홍콩과 만나 通했다

▲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투데이=신혜정 기자] 중국 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교차 매매할 수 있는 ‘선강퉁(深港通)’ 제도가 마침내 그 시작을 알렸다.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부르는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H주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었지만,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내국인 전용 주식인 A주는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들만 제한적으로 매매할 수 있었다.

특히 선전 증시에는 IT와 헬스케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신재생에너지 등 중국의 중소형 미래 성장주가 등판돼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선전 증시의 고평가 논란과 변동성, 환율 리스크 등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전+홍콩증시

10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홍콩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번달 첫 월요일부터 선강퉁이 개통됐다. 선전(선·深) 증시에 ‘글로벌 거래소’인 홍콩(강·港) 증시를 관문으로 통(通)할 수 있는 투자 길이 열린 것이다. 선전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조1908억달러(약 3700조원)로 세계 7위, 중국에선 상하이 증시(3조7766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선강퉁은 외국인 등 홍콩 투자자의 선전 증시 투자인 선구퉁(深股通)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인 강구퉁(港股通)으로 구성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강퉁을 통해 선전 증시 상장 종목의 총 881개를 매매할 수 있다. 이는 선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0%에 해당된다.

‘세계 7위’ 선전 증시 오픈, 새로운 투자 기회
中 자본시장 개방 의지…섣부른 투자는 ‘금물’

선전 증시는 또 성격에 따라 3가지 시장으로 나뉜다. 메인보드 267개, 중소판(中小板·SME Board·2004년 출범) 411개, 창업판(創業版·ChiNext·2009년 출범) 203개로 구성됐다. 한국의 코스닥 격인 창업판에 상장된 기업에 한해서는 당분간 전문 기관투자자에게만 개방될 예정이다.

선전 증시의 매력은 IT, 헬스케어, 소비재 등 중국의 신(新)경제와 관련한 종목 비중 70% 가량으로 높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선강퉁 업종 구성 비중은 ▲IT 22% ▲자유소비재 20% ▲산업재 14% ▲소재 12% ▲금융 12% ▲헬스케어 9% ▲필수소비재 7% ▲유틸리티 3% ▲에너지 1% 등 순이다.

선전거래소 대표 상장 종목으로는 ▲비야디(중국 1위 신에너지 자동차·배터리 제조사) ▲메이디그룹(가전기업·M&A 통한 로봇 산업 진출) ▲수닝(가전유통사) ▲완다시네마(중국 1위 영화 배급사) ▲화이브라더스(중국 1위 영화제작사) ▲만과그룹(부동산 개발 기업) ▲오량액(고가 백주생산 기업) ▲장안자동차(SUV 제조에 강점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 ▲격력전기(글로벌 에어컨 제조기업) ▲해강위시(중국 1위 보완관리 솔루션 전문기업), ▲운남백약(중국 중의약 브랜드 가치 1위 기업) ▲알파애니메이션(중국판 뽀로로 '시양양'의 판권 보유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장취커지(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점유율 3위 업체) ▲바이헬스(중국 최대 건강보충제 제조업체) 등이 있다.

기대와 염려

선전 증시는 2014년 11월 후강통(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제도) 출범으로 일반 외국인 투자들에 개방된 상하이 증시와는 차별화된다. 특히 미국의 나스닥처럼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리튬배터리 등 첨단 기술주가 몰려 있어 ‘차스닥(차이나+나스닥)’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또 상하이 증시가 대형 국영기업 위주로 상장된 것과 달리 선전 증시는 중소형 민간기업 대부분이다.

또 해외 투자자의 투자 허용액이 후강퉁 때보다 선강퉁에서 더 확대돼 눈에 띈다. 선강퉁은 후강퉁 때와 달리 투자 총액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하루 거래액만 130억위안으로 한정했다.

중국 정부는 선강퉁을 통해 일차적으로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신산업으로의 투자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통화굴기와 함께 자본시장을 단계적으로 국제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선강퉁 투자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 방식이다.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선전 증시의 12개월 선행 기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6.3배로 미국 17.3배, 일본 13.7배, 유로존 14.4배보다 월등히 높다. 또 인도네시아(17.0배), 대만(13.6배), 한국(10.2배) 등 신흥국의 PER도 크게 웃돈다.

또 변동성 또한 상하이 증시 이상으로 높다. 선전 증시에는 심리에 휩쓸리기 쉽고 단타 매매 성향을 띠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거래대금 기준으로 약 85%에 이른다.

가파르게 진행되는 위안화 약세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선강퉁은 원화를 위안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에서 낸 이익이 환율 리스크로 축소될 수 있다. 부진한 경제지표 등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주시해야 하는 대목이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강퉁 출범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호재이나 주가에는 일정 부분 선방영돼 있어 후강퉁 때만큼 성급했던 투자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강퉁 투자는 단기적인 기대보다 중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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