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직스의 이례적 상장, 왜?…돌고 도는 연결고리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석연찮은 주식시장 진입을 둘러싼 논란에 변호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상장에 대해 사측이 아닌 거래소가 해명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더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측면지원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주요 ‘찬성 근거’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재였다는 점에서, 정부 산하 금융공관기관들이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시장 상장은 사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코스피 시장 유치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거래소의 해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시장 상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는 주식시장 상장요건에 미달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올해 초 상장 조건에서 ‘1년에 3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야 한다’는 상장기준을 빼버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주주 보호를 위해 영업이익 발생을 상장의 중요 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바뀐 기준에 따라 상장된 기업은 현재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그리고 이 무렵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무산돼 투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국내 주식시장 상장이 꼭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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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민연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원하는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의심은 더욱 커진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장 큰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가능성을 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이후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4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몰래 지원했다는 국민적 의혹에 홍역을 앓고 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삼성물산의 주주총회가 있기 불과 2주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그룹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의 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연금이 당시 찬성표를 던진 것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확산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계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다지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삼성그룹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를 통해 정부에 돈을 낸 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측면 지원했고, 이제는 거래소가 동원돼 국민연금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진 뒤 최근 평가액으로만 59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삼성물산의 주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까지 문제가 생기면 손해가 더욱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거래소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며,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의 상장요건 완화는 해외 주요 거래소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종전 재무실적 중심의 상장요건을 시가총액 중심으로 다양화한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적자기업 상장이 일반화 돼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투자하는 기관일 뿐 기업의 상장에 대해서는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바이오 부분도 기대를 한 것은 맞지만, 배경적 이유일 뿐 상장과 국민연금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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