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1등 DNA’…건전성 악화·직원 1/5 ‘줄어’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원기찬 사장(56.사진)이 삼성카드의 수장이 된 지 정확히 3년이 지났다. 원 사장의 임기 동안 삼성카드의 성적은 고꾸라졌고, 직원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형적 부피는 커졌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속 없이 곳곳에 균열만 무성한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카드를 원 사장에게 맡기며 삼성그룹이 기대했던 ‘1등 DNA’ 전파는 실패로 끝나는 모양새다.

2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원 사장은 2013년 12월 2일부터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임기 만료일은 내년 1월 27일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원 사장이 3년 간 이끌어 온 삼성카드의 현 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

삼성카드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3636억원. 사실상 원 사장의 임기 첫해였던 2014년 같은기간 영업이익 4992억원과 비교하면 27.2% 급감했다. 액수로 따지면 줄어든 영업이익은 1356억원에 이른다. 당기 순이익 역시 3782억원에서 2837억원으로 25.0%나 감소했다.

이같은 삼성카드의 수익성은 매출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해진다. 전체 수익 규모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몸집만 불고 효율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영업 이익률은 20.6%에서 13.8%로 6.8% 포인트 떨어졌다. 삼성카드가 벌어들이는 돈이 1만원이라면, 이 중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이 2060원에서 1380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이는 영업 이익이 줄었음에도 매출만 2조4219억원에서 2조6324억원으로 8.7% 늘어난 탓이다.

◆지나간 시간

비단 올해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로 시계를 돌려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3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6% 급감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3337억원으로 49.1% 줄었다. 매출도 3조 3022억원을 기록하며 6.2% 감소했다.

자본과 자산운용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카드에게는 뼈 아픈 부분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원 사장이 취임하던 해인 2013년 5.39%였던 삼성카드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해 4.14%로 1.25%포인트 하락했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 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 주는 수치로, 대표적인 경영효율성 지표로 활용된다.

기업이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같은기간 2.03%에서 1.64%로 0.39%포인트 떨어졌다.

그렇다고 회사의 건전성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삼성카드의 지난 6월 말 조정자기자본비율은 36.3%. 2013년 12월 말(39.7%)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나쁘다는 뜻이다.

기업의 1차적 사회적 역할인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했다. 원 사장의 재임 기간 동안 삼성카드 직원 중 5분의 1이 넘는 인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직원 수는 2811명에서 2210명으로 21.3%(601명)나 감소했다.

◆미완의 실험

원 사장이 사장에 선임될 당시, 재계에서는 카드업계 2위권에 머물던 삼성카드에 삼성전자의 ‘1등 DNA’를 심기 위한 삼성그룹이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 전까지 삼성전자에만 몸담고 있었던 탓에 원 사장 선임은 ‘깜짝 발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인용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인사를 발표하면서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인사를 구현한 것”이라며 “원기찬은 삼성전자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원 사장은 삼성그룹 내 인사전문가로 통했을 뿐, 금융회사 경력은 전혀 없었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팀에서만 28년 동안 근무하면서 경영지원실 부사장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원 사장은 삼성카드 입성 전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북미총괄 경영지원팀담당부 ▲디지털미디어총괄 ▲DMC부문 인사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팀장 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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