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로 구속…IMF부터 MB맨까지

▲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결국 구속됐다. IMF 사태의 주범으로 실각했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MB정부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것도 잠시, 비리의 주범으로 추락했다.

강 전 행장은 1일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9월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이번 영장은 이에 불복한 검찰이 두 달 만에 재청구해 나온 결과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앞선 지난달 28일 강 전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알선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수수 ▲제 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강 전 행장은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1970년 행정 고등고시에 합격하며 관직에 발을 디뎠다. 이후 국세청과 재무부에서 근무하며 금융실명제와 부가가치세 도입 등을 주도했다.

엘리트 관료로 승승장구하던 강 전 행장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던 강 전 행장은 이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강 전 행장이 다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기까지는 8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었다. 강 전행장은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직접 발탁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다.

강 전 행장과 이 전 대통령의 인연은 그 유명한 ‘소망교회’에서 맺어졌다. 강 전 행장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 MB정부의 인사 축이었던 소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의 대표적 인사다.

강 전 행장은 MB정부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경제공약 수립을 주도했고, 이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관직에 복귀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시절은 또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를 주도했다가 ‘부자 정책’이라는 비난 여론에 밀려 1년 만에 장관직을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리고 2011년에 산업은행장을 차지했다. 문제는 정권 말기였다는 점. MB정권 출범과 함께 출세의 배경이 됐던 ‘고소영’ 꼬리표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취임 시작부터 낙하산인사, 보은인사라는 비난에 곤혹을 치러야했다. 그럼에도 2013년 4월까지 자리를 지키며 산업은행장으로 3년을 재직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3가지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어 지인이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바이올시스템즈에 약 10억원의 지분투자와 4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토록 한 혐의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시행한 수십억대의 아파트 공사 하도급 공사를 포함해 약 50억대의 일감을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인 W사가 맡도록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고교 동창인 임우근 회장이 운영하는 한성기업에 180억대의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혐의도 있다. 이밖에 주류업체의 관세분쟁에게 개입한 의심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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