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편집국장

‘이게 나라인가?’ ‘이게 국가인가?’

건국 이래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일개 강남 아줌마 최순실과 그 일가의 조종에 꼭두각시로 전락한 대통령. 또 박근혜정권 태동에 힘을 보태고 암묵적 동의로 권력에 승차하고 기생해온 부역자(附逆者)들. 그들의 기상천외한 국정농단과 전횡에 나라 꼴이 엉망이다. 국가를 뒤흔든 수법과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현 정권을 역대 최악의 비선정권(祕線政權)이라 혹평한다.

자고나면 터져나오는 폭발력 강한 각종 비리에 국정은 두 달째 마비다. 까도까도 양파처럼 끝이 없는 국기문란 행위는 복마전(伏魔殿) 형국이다. 정치 경제 교육 스포츠 연예계까지 최순실의 손길이 안 뻗친 곳이 없다. 광풍(狂風)에 가까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10년은 후퇴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안으로는 민주주의의 퇴보, 위축된 국가경제와 대내외적 국가신인도 추락을 두고 나온 말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바라보는 흔들린 국가 권위는 심각한 상황이다.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는 표현이 딱 맞는 지금이다. 현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은 연일 외신을 통해 세계로 퍼지고 있다. 국민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하고 착잡하다. 기가 막힐 막장극에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은 한계를 넘어 집단우울증 직전이다.

작금의 불행한 사태는 박 대통령의 어두운 가족사와 얽힌 최태민과의 부적절한 인연에서 시작됐다. 악연은 최씨의 딸 최순실, 최순득으로 이어졌다. 최씨 일가 그늘에서 최면술, 굿판 등 샤머니즘적 의혹에 온갖 추문까지 민낯 투성이다. 청와대를 민간인이 버젓이 드나들고 불법시술 의혹에 성(性) 관련 의약품 유입까지 자행됐다. 이뿐인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세월호 7시간, 재벌과의 부적절한 커넥션 전말, 김기춘·우병우 두 핵심 실세의 배후조종 의혹 등 밝혀야 할 미스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찍이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지한 노태우·이명박 정권에 대한 일말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지금의 불운의 씨앗을 당시 제거하지 못한 아쉬움이다. 박 대통령의 상식 밖의 이력을 알고도 정권의 출범에 가담한 친박계 중심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는 현 사태의 부역자이자 공동정범이다. 최소한 그들 모두 권력의 주변부에서 호가호위했기에 국민적 단죄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표변(豹變)한 보수언론과 추종 세력들의 몰염치한 이중성은 또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朴대통령 그만 고집·꼼수 접고 퇴진해야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집착은 두려움을 준다.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일임하겠다며 슬그머니 공을 넘기고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를 드러냈다. 결국 혹시나 ‘하야’ 발표를 기대했던 국민의 촛불 의지만 부추겼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을 혼군(昏君: 이치에 어두운 어리석은 군주)이라며 자질을 의심했다. ‘성군’(聖君)도 ‘명군’(明君)도 아닌 혼군(昏君)임을 알아본 유 전 장관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미숙한 정권이 오만하기까지 했다”는 말로 현 시국을 꼬집었다. 한나라당 시절 대변인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전여옥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을 ‘딱 당 대표까지만 했어야 할 인물’로 폄하했다.

그러고보니 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국정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대통령으로 평가됐다. 안타깝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이 평가는 현실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건 모두가 바라는 최후의 선택이다. 한때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며 대통령으로서 취임선서를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직도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특검과 탄핵으로 수모를 당할 것이 아니라 깨끗이 하야할 것을 권고한다. 거듭된 실정(失政)으로 이미 충분히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지 않았는가.

우리 근대사에 국민과 맞서려는 대통령의 말로는 늘 비참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그랬고, 박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이밖에 퇴임 이후 평화롭지 못한 전현직 대통령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광장의 목소리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200만 촛불 민심은 곧 천심이다. 고집과 꼼수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 부끄럽고 신산스러운 박근혜·최순실 정국을 끝낼 정답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뿐이다. 그것이 역사에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않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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