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네 편이야
[파이낸셜투데이=성남주 기자] 누구보다 평범해지고 싶은 아주 특별한 가족이 올 가을 관객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줄 예정이다. 그 주인공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인 자신을 되찾고 싶은 16세 소년 ‘레이’, 딸을 잃고 싶지 않은 엄마 ‘매기’, 그냥 여자를 사랑하라는 레즈비언 할머니 ‘돌리’,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바웃 레이>이다.
등장인물과 이야기부터 흥미를 끄는 이번 작품은 4살 때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레이’가 16세가 되어 성 확정을 위한 호르몬 요법을 앞둔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레이’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딸이자 손녀가 갑자기 아들, 손자가 된다는 사실에 엄마와 할머니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호르몬 요법을 위해서 부모 양쪽의 서명을 받아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이’와 그의 가족들은 친부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마음이 복잡해져만 간다.
이렇듯 누군가에게는 다소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드시 이야기되어야 할 소재를 담은 <어바웃 레이>는 이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여기에 올해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캐롤> 제작진의 참여와 엘르 패닝, 나오미 왓츠, 수잔 서랜든과 같이 세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환상적인 열연은 영화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배가시키기 충분하다.
이를 증명하듯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은 물론, 제6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직접 뽑은 ‘왓챠 프라이드상’까지 수상한 <어바웃 레이>는 11월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는, 특별한 감성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바웃 레이>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로라하는 여배우 3인이 가족으로 등장해, 몇 십 년을 한 지붕 아래 산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진짜 남자가 되고 싶은 16세 소년 ‘레이’ 역의 엘르 패닝, 하나뿐인 딸을 잃고 싶지 않은 싱글맘 ‘매기’ 역의 나오미 왓츠, 할 말은 꼭 하는 쿨한 레즈비언 외할머니 ‘돌리’ 역의 수잔 서랜든까지, 가족으로 만난 세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메이드 바이 우먼,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위트 넘치고, 따뜻하고 굉장히 지혜로운 영화
먼저, ‘레이’ 역의 엘르 패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꾀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슈퍼 에이트>에서 성숙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안정적인 연기로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떠오른 엘르 패닝은 이후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말레피센트>, <진저 앤 로사>, <네온 데몬>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번 <어바웃 레이>는 끊임없이 성장한 엘르 패닝의 연기에 방점을 찍은 작품으로, 이에 대해 관객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레이’의 결정을 지지하고자 하는 이성과 딸을 잃고 싶지 않은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엄마 ‘매기’는 나오미 왓츠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로 그려지지 못 했을 것이다.
나오미 왓츠는 그간 쌓아온 깊은 내공으로 ‘매기’의 내면적인 갈등을 과장 없이 표현해내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인 ‘매기’를 완성시켰다. 마지막으로 배우 수잔 서랜든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한 레즈비언 할머니 ‘돌리’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돌리’는 수잔 서랜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따뜻한 웃음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처럼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세 배우들의 아름다운 열연은 <어바웃 레이>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