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지는 바람에 현 사태”…상상으로 쓴 ‘황당 주장’

▲ 사진=픽사베이

각종 방송과 언론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유명 정치평론가가 최근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도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현 사태를 불러일으킨 이유 중 하나라는 억지가 핵심 논리다. 여기에 자신의 가정과 상상을 보태가며 야권 최대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국정농단’ 뒤에서 몰래 웃음을 짓고 있다며 깎아내리기 바빴다.

황당한 궤변으로 본질을 호도함으로써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를 흠집 내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등 정부기관이 동원된 댓글조작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여론조작이 벌써부터 시작된 듯한 분위기다.

안 그래도 해당 평론가는 이전부터 다수 매체에 얼굴을 내밀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지만 여전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난립으로 온갖 시사프로가 난무하면서 수많은 패널들이 넘쳐나는 요즘, 정치평론가들의 자격을 묻는 시민들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표정이 밝아졌다고?

한 평론가는 지난 13일 한 언론에 기고를 내고 문 전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우선 그는 문 전 대표가 현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문 전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며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고나 할까. 2012년 대선 경쟁자 박 대통령의 불행이 문 전 대표에게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로, 만약 대선이 앞당겨 치러진다면 문 전 대표가 주요 정치인들 가운데 현재 가장 대권에 가까이 있음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 ‘100만 촛불’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대국민 사과 당시 약속했던 검찰 조사를 차일 피일 미루기까지 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미리 작성해놨던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 푼의 여론이라도 더 모아야 할 상황에서 이 평론가는 이미 탄핵이나 하야가 이뤄진 것처럼 가정하며 계속해 문 대표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다고 몰아갔다. 한 술 더 떠 옛 친노(친노무현)와 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환호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해당 평론가의 주장과는 달리 문 대표는 15일 굳은 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만약 박 대통령이 하야한다면, 또는 탄핵된다면 대권주자 가운데 누가 가장 유리할까”라며 “조기에 치를 대선에서 당선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문 전 대표가 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문 전 대표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옛 친노(친노무현), 현 친문(친문재인) 세력도 내심 환호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던 세력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문 전 대표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더욱 오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4일 발표한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전주 대비 0.5%포인트 오른 21.4%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기록이다.

그는 “비문(비문재인) 성향의 진보세력은 불편한 심경일 것이다. 특히 친문세력과 갈등한 끝에 탈당의 길을 택한 국민의당 지지세력은 더 그럴 테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까 끝까지 고민하다 박 대통령을 선택한 중도세력과 보수세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허무맹랑한 뒤집어씌우기

화룡점정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이 문 전 대표에게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해당 평론가는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바람에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문 전 대표에게도 유감이란 반응이다. 지난 대선 당시 흔쾌히 지지하게끔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이라며 “2012년 대선은 문 전 대표가 거의 이길 뻔한 선거였다. 당연히 패배로 귀결된 책임이 없지 않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대선) 막판 문 전 대표 캠프는 승리를 낙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졌다”며 “그 결과 우리 국민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됐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한 문재인 책임론은 계속 이어진다. 모든 논리는 사실 없이 개인적 상상에 기반하고 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책임은 또 있다. 제 1야당의 대표가 된 후에도 기회는 있었기 때문”이라며 “문 전 대표는 정윤회 감찰 문건 파동이 불거진 직후인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실질적 주인이었지만, 문 전 대표는 정윤회 감찰 문건 파동 이후 청와대 관련 대책을 강구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썼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정윤회-최순실 관련 의혹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영입 전 관련 정보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침묵했다”며 “문 전 대표는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글은 결국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로 마무리된다. 여기에 뜬금없이 ‘문재인에게도 비선실세가 있다’는 얘기까지 더하며 어불성설은 끝을 맺는다.

그는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며 “제 1야당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력도 갖지 못했다면 기본적인 역량 부족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족한 정보력으로는 또 진다”고 단언했다.

이어 “문 전 대표도 비선(秘線) 관련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그래서 2012년 대선 당시 친노 핵심 참모 다수가 2선으로 퇴진했다”고 주장했다.

◆트러블메이커

이같은 기고글에 누리꾼들도 즉각 분노를 표출했다. 한 국내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이 평론가의 게시글에는 ‘모든 일상 잡것 삼라만상 전부 문재인 때문이겠지’, ‘문 전 대표보다 당신 잘못이 훨씬 크다’, ‘고소 안 되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평론가의 주장이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종합편성채널 정치 관련 방송에서 도를 넘는 주장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TV조선은 해당 평론가의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1년에 걸쳐 총 6차례에 걸쳐 ‘주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수많은 시청자가 있는 시사프로에도 자주 얼굴을 드러내는 이같은 정치평론가들은 사실상 공인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도 그간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편향된 사상으로 한 사람을 인신공격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이들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글을 싣거나 방송에 출연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온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이 주인공이 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나라의 명운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평범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수백만개의 촛불을 들고 일어나며 근본적으로 나라의 대 개조를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도 스스로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통해 일부 평론가들의 호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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