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인사·전 임원·금융관료…차기 인사 하마평 무성

[파이낸셜투데이=김승민 기자] 우리은행의 숙원 사업이었던 민영화를 마침내 성공시킨 이광구 은행장이지만, 정작 본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나 현재 정황을 비춰봤을 때 연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1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행장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다음달 30일 만료된다. 다만 차기 행장을 결정하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행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어 그때까지는 임기가 연장될 예정이다.

이제 관심은 후임자에 모아진다. 지금으로서는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이렇게 되면 이 행장으로서는 민영화의 성과를 채 반 년도 누리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과실은 온전히 후임자의 몫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교체설이 힘을 받는 것은 전례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역사상 행장이 단 한 번도 연임한 사례가 없다.

이 행장의 출신도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은행 수장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 맡아왔다. 이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의 전임자인 이순우 전 행장도 상업은행 출신이었다. 차기 우리은행을 진두지휘할 사람은 한일은행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력 후보자들 중 우리은행 내부 출신으로는 이동건 영업지원본부 그룹장과 정화영 중국법인장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한일은행 출신 인물이다. 지난 행장 선임 때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퇴임한 임원들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승규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과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이다. 두 사람 역시 한일은행 출신이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 3월까지 우리은행 민영화 전략을 짠 전력도 있다. 이밖에 상업은행 출신인 남기명 국내그룹장도 주요 후보다.

다른 시나리오는 전현직 금융관료의 낙점이다. 박근혜 정권 말기까지 아직 요직에 앉지 못한 인물이 우리은행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임 내정자의 금융권 장악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금융위나 기재부 인사들도 다음 우리은행장 후보에 오르고 있다. 즉,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확률이 높다는 시각이다.

당장 전 금융관료인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두고 하마평이 돌아다닌다.

반면 이 행장 연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행장이 임기 동안 보인 민영화 노력과 달성이 공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과 주가 부양에 힘쓰며 민영화 동력을 키웠다는 평이다. 실제 이 행장이 2014년 12월 말 취임한 후 우리은행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1조389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조1172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30.8% 늘었다. 2015년 영업이익 역시 1조3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6%나 불었다.

주가도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 접수가 있었던 지난 9월 초 1만1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달 25일 연중 고점인 1만2900원을 찍기도 했다. 지분 매각 본입찰이 마감된 지난 11일에도 주가는 1만2750원에 거래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국정을 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이 행장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주인이 된 후, 정부가 행장을 사실상 낙점해 왔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사태로 청와대와 정부가 힘을 잃으면서 행장 선임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행장의 연임이 경영에도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에 과점주주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안착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 객원교수는 “이 행장이 우리은행 민영화를 성공시킨 공이 있는 만큼 이를 인정하고 공평하게 연임 기회를 제공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문제로 청와대가 곧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최고경영자 자리에 입맛에 맞는 금융관료 인사를 앉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관행이 워낙 오래 반복돼온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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