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순실, 저기도 순실, “내 꿈은 투기왕”

▲ 미승빌딩(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1). 미승빌딩은 겉은로 드러난 최순실씨 재산 중 가장 큰 자산으로 1층 음식점, 2층 모델학원, 3층 마사지가게, 4층 운동센터, 5층 유치원 등이 입점했다. 6층과 7층은 최씨 가족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가치는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사진=한종해 기자
[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그 중에서도 노른자 땅. 하남, 평창, 광주, 부산, 제주.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일가가 소유했거나 지금도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이다. 최씨 일가가 전국에 보유한 부동산은 수천억원대 이른다. 1980년대 말 최씨의 직업이 ‘투기꾼’이 아니었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산 부풀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겉으로 드러난 최순실씨 재산 중 가장 큰 자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1번지에 소재한 ‘미승빌딩’이다. 일명 ‘M빌딩’으로도 알려진 빌딩은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1층 음식점, 2층 모델학원, 3층 마사지가게, 4층 운동센터, 5층 유치원 등이 입점했다. 6층과 7층은 최씨 가족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가치는 200억원대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검찰의 미승빌딩 압수수색 당시 5층 신발장에서 최씨 모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라가모, 프라다, 구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가 브랜드의 구두가 대량 발견됐다.

최씨는 1988년 임모 씨 등 다른 두 명과 미승빌딩을 공동 매입한 후 지분을 모두 넘겨 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임씨의 주소다. 미승빌딩 폐쇄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임씨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252 정수아파트’로 돼 있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9-11. 미승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건물로 최순실씨가 1985년 해당 빌딩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008년 85억원을 받고 동부상호저축은행에 매각했다. 이 건물 3층에는 최씨가 운영했던 '초이 유치원'이 있었다. 사진=한종해 기자

◆초이 유치원과 육영재단

정수아파트는 ‘정수직업훈련원’이 ‘육영재단’과 사용차권 계약을 맺음에 따라 사택으로 쓰였던 곳이다. 정수직업훈련원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10월 산업인력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만든 곳이다.

미승빌딩 등기부등본에서는 최씨의 개명시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시기는 2014년 2월 13일로, 그해 3월 19일 등기명의인의 표시가 최순실에서 최서원으로 변경됐다.

미승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신사동 639-11번지 소재 빌딩도 최씨 소유였다. 최씨는 1985년부터 해당 빌딩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008년 85억원을 받고 동부상호저축은행에 매각했다. 이 건물 3층에는 최씨가 운영했던 ‘초이 유치원’이 있었다. 최씨는 과거 육영재단 유치원장이었다. 초이 유치원은 주산, 미술, 음악,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당시 ‘초현대판 어린이 사설학원’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최씨는 강원도 평창에도 약 24만㎡, 축구장 35개 크기와 맞먹는 땅을 보유하고 있다.

최씨는 2002년 7월 24일 평창군 용평면 이목정리 무수정골 인근의 땅 1만8713㎡(8필지)를 사들였다. 공동 구매자는 없었다. 최씨 단독으로 일거에 사들였다.

2004년 6월 3일에는 이목정리에서 직선으로 약 3km 떨어진 도사리의 토지를 집중 매입했다. 임야와 목장용지를 포함 17만9234㎡(7필지)를 사들여 최씨가 70%,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30%를 소유했다. 최씨는 2005년 6월 14일과 2008년 2월 15일에도 각각 5만㎡과 1187㎡의 토지를 추가로 사들였다.

최씨 모녀가 독일로 도피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피엔폴루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최고급 레지던스다. 평균 호당 매매가가 20억~30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에 4년 연속 이름을 올린 건물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부회장, 지재완 삼성전자 부사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등이 피엔폴루스의 주인이다.

최씨와 이혼한 정윤회씨도 지난해 8월 횡성군 둔내면 자신의 거처 인근 토지 19만2397㎡을 경매로 7억6000만원에 낙찰받았으며 올해 6월에도 둔내면 일대 토지 2만886㎡을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 승유빌딩(서울 강남구 삼성동 45-12). 승유빌딩은 최순실씨의 언니 최순득씨의 남편 장석필씨 명의로 돼 있으며 건물시세는 2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사진=한종해 기자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부부도 서울 강남에 수백억 대 빌딩을 가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45-12 ‘승유빌딩’은 순득씨의 남편 장석필씨 명의로 돼 있다.

승유빌딩은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장씨는 1985년 토지를 매입하고 1988년 건물을 준공했다.

승유빌딩에는 은행, 출판사, 건설사 등 이 입주해 있다. 건물시세는 3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순득씨 부부가 1998년부터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 ‘힐데스하임’은 1998년 매매 당시부터 부부가 공동으로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힐데스하임 펜트하우스가 49억8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이 빌라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여동생 최순천씨 부부는 한남동 하이페리온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아파트는 20억원 가량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2001년 입주 당시 분양가는 8억6000만원선으로 15년 새 가격이 2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순천씨 남편 서동범씨는 지난해 매출 1840억원을 기록한 유아동복업체, 서양네트웍스의 대표다. 순천씨는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양네트웍스는 아동복 브랜드 블루독을 비롯해 블루독 베이비, 밍크뮤, 알로봇, 리틀 그라운드, 래핑 차일드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백화점 매장과 로드샵, 아울렛 등 전국 27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2012년 1519억원, 2013년 1533억원, 2014년 1603억원, 2015년 1847억원 등 매년 증가해 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5억원에 이른다.

▲ 에스플러스빌딩(서울 강남구 신사동 554-32). 최순실씨 여동생 최순천씨가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 명의로 보유한 에스플러스빌딩에는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메르카토'가 들어서 있다. 사진=한종해 기자

◆최씨 일가 회사 ‘탄탄대로’

서양네트웍스는 2013년 홍콩 최대 무역회사인 래인펑에 팔렸지만 서씨가 여전히 2대주주(30%)로서 경영을 맡고 있다.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은 2012년 9월 서양네트웍스의 외식사업과 가구사업 부문이 인적분할되면서 설립된 회사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파스타, 모던 유럽피안 레스토랑 꼴라메르까토, 유럽피아 네츄럴 베이커리&카페 베이크하우스, 컨티넨탈 캐주얼 다이닝 비마이키친, 에스플러스 갤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지분은 순천씨가 30%를, 서씨의 형제인 서애덕‧서현덕씨가 각각 35%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0억원, 사원수는 110명이다.

▲ 서양빌딩(서울 강남구 청담동 119-3). 최순실씨 여동생 최순천씨 부부가 소유 중인 서양빌딩은 순천씨의 남편 서동범씨가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 본사와 블루독, 밍크뷰 등 서씨가 운영하는 아동복 업체가 입점해 있으며, 이 빌딩의 가치는 1000억원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한종해 기자

순천씨 부부는 1989년 서양빌딩(서울 강남구 청담동 119-3)을 매입해 소유 중이다. 서양빌딩은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블루독‧밍크뮤 등 서씨가 운영하는 아동복 업체와 서양네트웍스 본사, 은행 등이 입주해 있다. 1층 은행 간판 옆 건물 입구에는 ‘SUH YANG 119’라는 건물명이 쓰여 있다. 청담사거리에 위치한 이 빌딩의 가치는 1000억원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순천씨가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 명의로 보유한 빌딩 여러채도 각종 금싸라기 땅에 퍼져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등에 위치한 빌딩에는 공통적으로 에스플러스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꼴라메르카토가 들어서 있다. 특히 해운대 해안에 있는 건물의 시세는 25억원 선으로 건물을 소유하기 시작한 2008년에 비해 100%가까이 뛴 것으로 추산된다.

서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50-7 ‘반포아울렛’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반포아울렛에는 서양네트웍스의 유아복 매장과 에스플러스인터네셔널의 비마이키친이라는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해당 빌딩 시세는 6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올해 1월에 사들인 광주 광산구 수완동 672-8번지 건물의 가치는 100억대로 추산된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옷가게, 베이커리,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다.

순천씨 부부의 딸 장시호씨는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고급 빌라 ‘상지오션빌’ 1층의 한 채를 2012년 7월 매입해 보유 중이다. 상지오션빌은 제주에서 땅값이 비싼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중문관광단지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단지 바로 앞 바닷가에서는 바다낚시와 요트 등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20분 이내 거리에 제주명문 골프장 10여 곳이 위치해 있다. 분양 당시 가구와 전자제품, 주방용품 일체가 포함됐으며 외장 대리석 시공과 일본식 히노끼탕(편백목재), 황토방 시공, 24시간 완벽 보안 시스템을 갖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당시 분양가는 6억5000만~7억5000만원이다. 장씨는 최근까지 이 빌라에서 살다가 올해 초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중문관광단지에서 차량으로 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색달동 일대에 2만575㎡(5필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2만263㎡(4필지)는 오빠 장승호씨와 공동 소유 중이다. 장씨는 상지오션빌과 함께 해당 토지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대의 땅값은 3.3㎡당 60만원 정도로 장씨가 보유한 토지는 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최씨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은 수천억원대이지만 재산 형성 과정은 베일에 쌓여 있다. 다만 최씨의 부친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씨가 그 배경에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만 무성한 상황이다.

최태민씨가 1970년대 새마음봉사단 등을 조직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여러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뜯었다는 의혹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 등 때만 되면 끊임없이 나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 전한 위로금 6억원이 최태민 일가 재산 축적의 종잣돈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순’자 돌림 자매들, 기묘한 ‘땅따먹기’
핵심 상권에 회사 명의 건물 여러채 보유
딸은 평창 땅, 조카들은 제주 땅, 형제들은 강남 땅
자산 형성 배경 미스테리, 종잣돈 어디서 났나?

◆부정 축재 재산 가만 놔둘텐가

신 총재는 “6억원이 70년대 말 기준으로 강남 아파트 300채 가격인데, 아내(박근령씨)가 한 채 받고 박지만(박 대통령 남동생) EG 회장이 한 채 받고 (나머지) 298채는 어디로 갔느냐”며 “최태민 일가가 부를 축적한 시드머니(종잣돈)로 갔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우리는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순실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유치원으로 3년 안짝에 그 정도 금액을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1980년대 최씨 일가가 이 대학 재단에 참여해 사학비리로 빼돌린 돈으로 재산을 형성했다는 증언도 있다.

대구대학 설립자 고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씨는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30여년전 박근혜 이사 측근들에 의해 저질러진 영남대 사학비리의 확장판”이라며 “박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학교를 장악했던 8년 동안 최태민 일가는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며 법인 재산을 팔아치우고 부정 입학을 주도해 돈을 거둬들였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감춰졌던 최씨 일가의 재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파껍질처럼 끊임없이 벗겨지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최씨 일가의 재산이 수천억원이 아닌 수조원대에 이를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사람들이 서울에서만 20만명이다. 거대한 비리를 저지른 최씨 일가의 재산을 가만히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야권이 부정재산을 소급해 환수하는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징적이긴 했지만 노동당이 지난 7일 검찰을 대신해 미르 재단 건물에 압류 딱지를 붙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축적한 최씨 일가의 재산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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