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원으로 최대그룹 물려받은 신출귀몰 스토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삼성그룹의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편법 승계’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는다.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해 그룹 차원의 불법과 편법이 자행됐는가 하면, 그로 인해 얻은 부당한 이익마저도 자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노력에 쏟아온 탓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1995년 말 이 회장이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물려준 60억8000만원의 종자돈에서 시작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16억원의 증여세로 내고 남은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

◆금수저의 재테크

이 부회장은 1995년 삼성에버랜드로부터 에스원 주식 12만주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각각 23억원, 19억원에 매입했다.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다음해 1월과 12월에 상장됐다. 이 부회장은 두 회사의 보유주식을 605억원에 매각, 56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자금을 확보한 그는 에버랜드(현 삼성물산) 지분 확보에 나섰다. 에버랜드는 1996년 주주인 계열사들을 상대로 전체 지분 62.5%에 해당하는 125만여주의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발행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해 개인 주주와 중앙일보 등 법인 주주 등 모든 주주가 주주배정을 포기했다. 결국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전량이 배정됐다. 이 때 이 부회장은 지분 31.9%를 확보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했고,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상장돼 오너 일가에 6조350억원(시초가 기준)의 막대한 부를 안겼다. 이 부회장에게만 3조3250억원이 돌아갔다.

이어 제일모직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합병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의 지분도 상당수 확보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향후 삼성그룹 내 산업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신출귀몰한 재테크는 ‘삼성SDS 주식 저가인수’로 화룡점정을 이뤘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을 3차례에 걸쳐 취득했다. 1996년 이뤄진 삼성SDS의 유상증자에서 주주도 아니었던 이 부회장은 불과 44억원으로 7.4% 지분을 인수했다.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액면가로 배정된 주식의 인수를 특별한 이유 없이 포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부회장은 3년 뒤인 1999년 삼성SDS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7억원에 넘겨받아 지분을 8.8%로 늘렸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한 주당 행사가격은 7150원으로 당시 장외 시세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삼성SDS는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제값을 받지 못해 상당한 손해를 봤다.

에버랜드 지분확보부터 삼성물산 주주까지
삼성SDS 주식, 헐값 발행+인수 ‘화룡점정’

당시 이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사장 등이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 등에게 BW를 저렴하게 발행해 나눠주기로 모의한 사실이 훗날 드러났다.

2013년 12월에는 삼성SDS가 이 부회장이 1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있던 통신망 관리업체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11.25%로 높아졌다. 이 3차례의 지분 확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쓴 돈은 모두 합쳐 106억원이었다.

이 부회장 3남매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로 삼성SDS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삼성전자를 비롯,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 시스템 구축과 관리를 도맡는 ‘일감 몰아주기’였다. 2000년대 중반 30%선이었던 내부 거래 비중은 2014년 85%까지 급증했다. 매출 1만원 가운데 8500원이 삼성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돈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몰아가진 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준 삼성SDS는 2014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돼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가장 큰 수혜자는 개인 최대주주가 된 이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SDS의 주식 158만여주(지분 2.05%)를 매각해 세금을 빼고도 3000억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남은 지분 9.2%의 평가액도 1조원을 훌쩍 넘는다. 투자 원금의 30배를 회수하고도, 1조 원대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그룹이 사실상 이재용 체제로 바뀐 뒤에도 ‘편법 승계’를 둘러싼 법적·도덕적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삼성생명공익재단이 투자 차원이라며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 어치를 매입한 것이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것.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던 지난해 5월 삼성그룹 측은 재단을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을 두고 공익재단을 편법적 승계수단으로 악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 약속은 깨지게 됐다. 불과 1년 만에 확고한 의지는 거짓말로 전락한 셈이다.

◆하루 이틀 아냐

삼성그룹은 이미 이 회장 때부터 공익재단을 편법승계에 악용해온 전력이 있다. 과거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 회장에게 경영승계를 추진할 당시 상속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공익재단을 활용, 이 회장의 그룹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이 부회장이 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것도 단순히 사회공헌이나 문화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차원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그것이 종국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이같은 시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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