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올까 두려운 한국 경제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 기자] 한국 재계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앞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겹쳐지면서 자칫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수출과 관련된 지표에서는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 등 국내외 악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파장이,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파업이 겹치면서 기업은 물론 경제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며 곧 몰려올 ‘한파’에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대비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이 ‘살얼음 경영’에 본격 나설 경우 한국 경제의 위기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대표’ 위기에 파장 확산

‘국가대표’ 기업 삼성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그룹 전체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번 상태로 총수의 경영모토와 다름없는 품질 우선주의에 ‘흠집’에 생겼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사태가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이자 스마트폰 대표주자인 갤럭시 브랜드의 위상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단 신속한 단종과 보상 조치로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지만 삼성은 상황을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 사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이 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특히 삼성은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불렀다며 자성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어 삼성의 ‘정중동’ 모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회사 안팎과 국내외 경영환경 변수로 휘청이고 있다. 노조의 파업 탓에 생산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불운이 겹쳐 왔다.

현대차그룹 역시 품질 불량 문제로 곤혹스런 상황이다. 차량 결함을 은폐했다는 내부 고발자의 폭로가 계속되고 있고 국토교통부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할 처지다.

현대차그룹의 악재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량은 562만1910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기간 572만6249대에 비해 10만가량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수출로 활기를 되찾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낼 지는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경제 지표는 이미 ‘빨간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 지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빅2’의 악재에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가 다섯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는 135.90(2010=100기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6%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지난 4월 3.3%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5월 화장품 및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5.9%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4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화학제품(10.7%), 제1차금속제품(2.9%), 정밀기기(6.9%) 등이 증가한 반면, 섬유·가죽제품(-3.1%), 석탄·석유제품(-8.8%), 일반기계(-6.8%), 전기·전자기기(-4.1%), 수송장비(-13%) 등의 하락폭이 컸다.

수출금액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1% 하락했다. 수출금액지수 역시 화학제품(6.6%), 제1차금속제품(2.7%) 등의 증가에도 전기·전자기기(-8.4%), 수송장비(-12.9%) 등이 감소해 하락세를 이어갔다.

삼성·현대차, 국내외 악재에 ‘동반 위기’
두 기업 실적 악화에 출렁인 경제 지표
긴축 본격화…투자·고용 줄어들까 우려
미래도 ‘불투명’…국가적 위기로 번지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갤럭시노트 7 판매중단과 자동차 파업 사태로 전기·전자기기와 수송장비가 감소해 수출물량과 금액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며 “전자·전자기기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0에서 200, 또 그 중에서 이동전화가 자치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휴대폰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수입물량지수는 120.23으로 전년동기 대비 2.3% 올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6.5%), 석탄·석유제품(-5.3%) 등의 수입이 감소했으나 광산품(10.8%), 화학제품(6.2%) 등이 늘어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수입금액지수는 96.06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0.5% 떨어졌다. 일반기계(11.3%), 화학제품(4.5%) 등이 올랐으나 전기·전자기기(-7.7%), 석탄·석유제품(-15.4%)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2.5%)보다 수입가격(-2.7%)이 더 크게 내려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상승률은 2014년 8월(-0.9%)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지수는 수출상품 1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1단위 가격간의 비율로,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수출로 벌어들인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지수가 상승했으나 수출물량지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 2.4% 하락한 138.26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1월(-2.4%)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망도 비관적

수출은 이미 올해 들어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8월에 2.6% 상승 반전했지만 9월에 다시 마이너스 5.9%로 고꾸라졌다.

전망도 비관적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선행지수는 49.6다. 전분기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미만이면 수출이 전분기보다 못 해질 것 같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산 승용차의 전년대비 판매규모는 8월 -11.1%, 9월 -10.9%로 여전히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은 경제성장율 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내렸다. 민간연구소들은 경제성장율이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올 해 남은 기간 얼마나 선방을 해 줄지가 변수지만 큰 기대는 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최근 “노조 파업 여파로 올해 판매목표(501만대) 달성은 어렵다”고 공언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최근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을 49조원에서 47조원으로 3조원 하향 조정했다. 영업이익도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크게 낮췄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이 잘 돼야 투자도 확대하고 고용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삼성과 현대차가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경영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할지 말지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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