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포스터.

기간:2016/10/14 ~ 2017/01/01

장소:대학로 티오엠 1관

출연:이경수, 에녹, 김도빈, 전성우

 

“네가 꺼낸 아이들의 기억, 네가 지워주렴. 아무도 이 사실을 몰라야 한단다….”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란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에서 화재사건이 벌어졌다. 화재로 인해 저택은 물론 시체가 훼손되고 유일한 생존자들인 4명의 아이들은 화재의 충격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한다. 아이들을 구해낸 것은 그라첸 박사의 연구조교이자 아이들의 보모 메리 슈미트. 전신화상까지 입으며 네 아이들을 모두 구출해낸 그녀를 세간이 주목하고 천사라는 칭송을 보낸다.

그대로 단순 화재 사건 처리될 뻔 한 이 사건은 한 형사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내부 소행임이 밝혀진다. 한때 영웅이었던 메리 슈미트는 입양된 아이들 중 첫째인 한스의 진술에 따라 유력한 용의자로 부각되기까지 한다. 메리 슈미트는 수사 도중 극적으로 도주해 사라지고 그로부터 12년 후,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집에 입양된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대화재에서 생존한 이들이 되짚어가는 과거
사건의 범인 대신 배경에 집중하는 심리스릴러

아이들 중 둘째였던 헤르만은 유명 화가로 성장하지만 작품 활동을 계속 할수록 계속되는 까닭 모를 분노와 파괴성을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를 두려워하게 된다. 매일 밤, 악몽 속에서 자라나는 두려움은 메리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동화 속 주인공인 모래사나이의 형상을 만들고 헤르만의 기억을 왜곡시킨다.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헤르만은 어느 날, 메리를 찾아 집에 가두고 있다는 한스의 전갈을 받고 급히 한스를 찾아가는데….

일본이 반한 소극장 창작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토호 극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작품이다. 2014년 도쿄 초연에 이어 2016년 일본 전국 투어까지 연일 매진세례와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린데 이어 2014 일본 최고 스텝상과 일본 주요 신문사들이 선정한 베스트 작품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임을 입증했다.

아름다운 동화를 비튼 잔혹한 이야기

<블랙메리포핀스>는 파멜라 린던 트래버스가 1934년에 발표한 <메리 포핀스>가 유년시절의 상처가 만들어낸 동화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행복한 동화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역발상이 시작점인 것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서윤미 작가는 극 중 캐릭터 요나스를 작가로 설정하고, 유년기에 아픔을 겪은 그가 커서 쓰는 동화가 <메리 포핀스>라고 상상한다. 요나스는 어릴 적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로, 이 원인은 보모 메리 슈미트가 용의자로 몰린 의문의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메리를 중심으로 한스와 헤르만, 안나, 요나스 네 인물이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네 사람에게는 유명 심리학자 그라첸 슈워츠 박사에게 입양된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뮤지컬은 ‘사건의 범인’를 쫓는 것이 아닌 ‘사건의 원인’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서 작가는 이 뮤지컬의 장르를 ‘심리 추리 스릴러’라고 명명한다. 극본을 쓰기 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던 서 작가는 “전작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아동 문제에 대해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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