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패산 총격 사건'으로 순직한 故김창호 경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은성 기자] ‘오패산 총격사건’으로 순직한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고(故) 김창호(54) 경감의 영결식이 22일 경찰병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오전 10시부터 김수영 서울경찰청 경무과장의 사회로 500여명의 경찰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경찰청장장으로 열렸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조사에서 침통한 목소리로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족에게도 말 한마디 없이 떠날 수 없었던 운명이 너무 슬프다”고 심정을 전했다.

김 청장은 “하지만 주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경찰관의 숙명은 계속돼야 한다. 그게 고인이 바라는 길일 것”이라며 “그 열정과 용기,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 다시는 이런 일로 소중한 동료를 잃지 않도록 엄정한 법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 그러니 이제 편안히 영면에 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경감의 같은 팀 후배였던 강북서 소속 김영기 경사는 고별사에서 “선배님에 대한 첫 기억은 번동파출소에서 저에게 다가와 ‘영기씨, 외근조끼 빌릴 수 있어요’하며 어린 제게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존칭을 쓰던 모습”이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김 경사는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운 선후배들에게 10월은 너무 잔인한 달”이라며 “같이 힘들었을텐데도 야간근무 때 집에서 손수 가져오신 달걀을 동료들에게 건네주며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후배들도 힘들어하는 수배자 검거 등을 위해 늘 솔선수범하신 선배님이기에 이 상황이 와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경사는 고별사를 읊는 내내 울먹이면서 “그만 누워계시고 일어나셨으면 좋겠다. 술 한잔 하자고 했던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하늘나라에서 저희 후배들이 다시 찾아가 그 웃음을 볼 수 있도록 편히 쉬고 계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자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고인의 어머니와 부인은 슬픔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경찰관 2명의 부축을 받아가며 겨우 헌화를 했다. 아들 등 다른 가족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 경감의 부인은 가족들에 이어 김 청장의 헌화 순서가 됐을 때쯤 결국 탈진 증세를 보여 경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아들을 보며 주변 객석에 앉은 많은 경찰관들도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부인은 사건 이후 구토를 하는 등 식사를 전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을 마친 뒤 노제가 이어진다. 운구차는 강북서로 이동한 뒤 유족과 친지, 강북서장과 동료가 참석해 운구행렬을 만들어 강북서에서 고인의 근무지였던 번동파출소까지 약 600m 구간을 행진한다.

이후 고인의 시신은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화장한 뒤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유골을 운구해 임시 봉안된다.

고인은 앞서 19일 오후 6시45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입구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중인 성병대(46)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성씨가 난사한 총에 등 부위를 맞고 쓰러졌다.

김 경감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건 약 1시간 만인 7시40분께 결국 눈을 감았다.

1962년 6월20일생인 김 경감은 영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9년 8월19일에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2005년에 경위로 승진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0일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고인을 1계급 특진시켜 경감으로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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