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판매 확대…특별결의 거부권도 만료임박

제임스 김이 한국GM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선임 된 지 1년을 맞았다. 스파크가 경차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고 신형 말리부와 카마로SS 등 신차들은 흥행가도를 달리는 등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노후차량의 판매량 감소와 철수논란 등 해결하지 못한 숙제도 산적해 있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편집자주>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제임스 김 사장 선임 이후 한국GM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고 있지만, 부족한 라인업과 수입판매 증가 등으로 망령처럼 따라다니는 국내 시장 철수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한국GM에 따르면 쉐보레의 올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량은 총 12만7990대로 전년동기 대비 12.3% 늘었다. 지난 7월에는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단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기류가 안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 출시한 임팔라가 올해 초 완전 수입판매로 전환된 이후 최근에는 차세대 캡티바의 수입판매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점차 생산을 줄이고 수입 판매만 하는 딜러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국GM은 지난달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2016년 임금‧단체협상 11차 교섭에서 데일설리번 한국GM 부사장 등 최고 임원진이 차세대 캡티바를 2017년말 수입 판매하겠다고 노조측에 전달했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에서 차세대 캡티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 시설 개선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차량 제원이 커져 원가가 높아져 판매가가 비싸지고 판매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캡티바 외에도 군산 공장에서 생산 중인 ‘올란도’는 단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목적 차량의 수요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이동하고 있고 연비 규제 등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등을 바꿔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이번 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의 고인건비 문제에 더해 수입 판매한 임팔라의 성공을 본 GM 본사에서 향후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GM 관계자는 “캡티바의 수입 판매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교섭 과정에서 노조 측에 제안한 내용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 사측이 협의해나갈 것”라고 말했다.

향후 다른 차량에 대해서도 수입 판매를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계획에 없는 내용이다”라고 일축했다.

GM이 과거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산업은행과 맺었던 특별결의 거부권이 내년 10월 만료된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1만7147명으로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직간접 고용인원이 11만여명에 달해 철수 시 발생할 파급력이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매각과 합병, 분할 등의 주요 사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항으로 분리돼 최소 33.0% 이상의 지분이 필요하지만 산업은행과 GM은 주주 간 미달하는 지분으로도 특별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0월 이후에는 한국GM이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이에 한국GM은 제임스 김 사장이 직접 나서 철수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GM의 한국 철수설이 계속 거론되는 것이 황당하다”며 “임팔라, 크루즈 등 다양한 모델을 들여오고 있고 앞으로도 활발히 계획이 펼쳐질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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