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FT솔로몬] 너무나 진부해 사용하기 꺼려지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는 대기업 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폐해가 매우 크다”는 묘사는 우리 경제구조에 대해 아직까지도 적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위 그룹 총수 일가가 새로운 사업 분야에 참가를 결정하면, 새로운 사업 분야에 계열사를 참가시킨 후, 나머지 기존 계열사들은 그 계열사에 여러 가지 직·간접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방법으로 그 계열사를 새로운 사업 분야에 안착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계열사들은 담보와 지급보증을 제공하거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등의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계열사 총수 일가는 시장 전체에서 몸집을 쉽게 불리게 되고, 반면 경쟁업체들로서는 한 개의 경쟁업체와 싸우기도 벅찬 상황에서 매번 대기업 그룹 계열사 전체를 맞아 싸워야만 하는 불리함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태생적으로 기업이란 무한정한 이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돼 있는 조직인 만큼, 스스로 절제력을 발휘하거나, 경쟁의 불공정성과 경제력의 집중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므로 결국 국회 입법을 통해 이를 규제하게 됐습니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에 관한 규제 제도 중 주요한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광진 변호사

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일감 몰아주기 금지 규정

2013년 8월 13일 우리 국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중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자신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서, ①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②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③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④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위 규정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제5장에 위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계열사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부당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의 측면에서 규제를 하게된 결과로, 총수 일가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를 이용한 경제력 집중은 소위 터널링(tunneling)의 문제로 논의되는 것인데, 대기업 그룹 중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사업을 떼어내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몰아줌으로써, 계열사의 일감들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에 넘겨지고, 그 결과로 다수의 주주들에게 골고루 분배돼야 할 이득이 소수인 총수 일가에 집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열사에 대한 거래조건이 반드시 현저히 유리하지 않더라도 터널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만을 규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규정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2013년 이후로는 독점규제법 제23조의2 규정에 의해, 종전과 같은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금지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나.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의 규정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관해서 적용되는 주된 규제 중의 다른 하나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증여세법) 제45조의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같은 조의 4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업기회로 발생한 이익의 증여 의제)를 들 수 있습니다.

위 규정들은 2011년 12월 31일과 2015년 12. 15.경 각 신설된 조문인데, 어느 법인과 특수관계법인 간의 매출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가 증여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고(제45조의3), 또한 수혜법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증여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내용(제45조의4)을 담고 있습니다.

즉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액수가 기형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또는 수행하고 있던 사업기회를 임대차계약, 입점계약 등의 방식으로 넘겨받는 경우에는, 법인에 대한 규제를 넘어서 지배주주 개인에게까지 받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 그 이외의 민·형사법 상의 규율 및 책임

상법은 회사의 이사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과 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제397조의2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규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은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연한 이치겠지만, 기업 간의 일감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 증여세법의 규정 내용을 넘어서서 회사의 임직원이 임무를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업무상 배임의 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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